60대 여성킬러의 ‘누아르’ … 잿빛 무대·화려한 액션 볼거리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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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파과’. Page1 제공



■ 뮤지컬 ‘파과’

40년간 냉정하게 청부살인을 해온 60대 여성 킬러는 자신이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암살 대상에게 퇴물 취급을 받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늙은 것은 물론이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타인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감정을 깨달은 것. 킬러는 집에서 기르는 개의 건강을 걱정하고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지난 15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창작 초연 뮤지컬 ‘파과’는 2013년 출간된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파과는 부서진 과일 또는 여성 나이 16세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작품은 40년간 청부살인을 해온 60대 여성 킬러 ‘조각’과 어린 시절 그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후 매혹과 분노를 느끼며 평생 조각을 쫓아온 ‘투우’를 통해 부서져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찰나의 시선을 담았다.

뮤지컬에선 보기 드문 느와르물이다. 마치 ‘시카고’에서 웃음기를 싹 뺀 느낌이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에서 젠더프리 캐스팅 등을 시도하고 ‘곤 투모로우’에선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암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던 이지나가 연출을 맡았다. 이 연출은 철제 구조물과 어두운 조명으로 잿빛 도시를 만들어내 관객을 파과 유니버스로 초대한다. 액션 역시 돋보인다. 무기술이 동원된 화려한 액션은 뮤지컬에서 구현된 액션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조명을 빠르게 점멸시켜 표현한 슬로모션은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와닿지 않아 아쉽다.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투우’가 ‘조각’을 향해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원작 팬들도 아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조각’과 ‘투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 와중에 ‘조각’ 파트는 과거 회상까지 교차된다. 뮤지컬에서 표현되기엔 난잡한 구조라는 느낌을 받았다.

차지연·구원영이 ‘조각’, 신성록·김재욱·노윤이 ‘투우’, 유주혜·이재림이 ‘어린 조각’을 맡았다. 공연은 오는 5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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