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넘는 바흐… 세상과 단절 기회”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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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롯데콘서트홀 제공



■ 카운터테너 자루스키

한국·독일 합작 ‘마태 수난곡’ 공연
“목소리를 악기처럼 감정 전달”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바흐가 남긴 수많은 종교음악 중 ‘요한 수난곡’과 함께 바로크 교회음악의 정점이다. 성서 마태복음을 토대로 예수의 수난을 다룬 걸작으로 유럽에선 고난주간에 늘 연주되는 고정 레퍼토리이다. 그런데 국내에선 마태 수난곡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3시간이 넘는 대곡이기 때문.

‘마태 수난곡’ 공연을 위해 내한한 세계적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는 이에 대해 “바흐의 종교음악은 영성과 아름다운 음악을 느끼는 것이 매우 어려운 지금 시기에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3시간 동안 앉아 침묵을 지키면서 혼란스러운 세상과 단절하는 게 지금 우리에겐 꼭 필요한 일입니다.”

자루스키는 3일 롯데콘서트홀, 5일 통영국제음악당, 7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마태 수난곡’을 들려준다. 2006년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 우승자인 프란체스코 코르티가 지휘를 맡고,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과 한국의 고음악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이 함께한다. 바로크음악이란 공통점으로 묶인 독일과 스위스, 한국의 연합군이다.

‘마태 수난곡’은 일반적인 오페라와는 창법부터 다르다. 소프라노, 베이스 등 파트 외에 서사를 전달하는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복음사가(테너)가 있다. 그리고 남성이지만 여성의 음역대에서 두성으로 노래하는 카운터테너가 있다는 게 차별 지점이다.

자루스키는 카운터테너에 대해 “음역대보다는 두성으로 노래하는 방식에 따라 카운터테너라고 정의 내린다”고 운을 뗀 뒤 “목소리 색깔이 매우 맑고 선명하고 미묘하다. 이것이 사람들이 천사처럼 노래한다고 대놓고 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태 수난곡’은 오케스트라와 독창자의 음성, 그리고 합창이 서로 대화하듯 구성돼 있다. 카운터테너가 노래하는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역시 바이올린과 인간의 목소리가 대화하듯 서로를 어우르며 인간의 고통을 신에게 토로한다. 자루스키는 “바흐는 (인간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와 대화하는 악기처럼 다룬다”며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더 단순하고 담담한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비해 한국에서 카운터테너는 설 무대 자체가 많지 않고, ‘특이한’ 파트로 취급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자루스키는 한국의 카운터테너 김강민과 정민호에 대해 “훌륭한 성악가들로 좋은 커리어를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 후 “음악 학교에서 카운터테너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목소리처럼 기술적인 기교 등에 대해 심층적인 교수법을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전엔 카운터테너가 ‘독특함’이란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요즘은 매우 탄탄한 목소리를 가진 전문 카운터테너가 많아졌어요. 중요한 건 얼마나 높이 올라가나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느냐죠.”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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