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웃기는 애드리브… ‘뽀드윅’ 의 완벽한 귀환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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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로커로 출연 중인 배우 조정석. 쇼노트 제공



■ 조정석, 8년 만에 뮤지컬 ‘헤드윅’… 티켓 파워 대해부

“대본에 없는거니까 잘 따라와”
즉흥 대사로 관객 들었다놨다
영화·예능속 연기에 객석 폭소

슬픔·희망 담은 표정연기 압권
객석 오가며 135분 무대 장악
헤드뱅잉 열창땐 ‘열광 도가니’


“뮤지컬과 영화를 넘나드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짙은 스모키 화장에 금색 가발을 쓰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조정석이 요염한 몸짓으로 말하자 관객은 “언니 예뻐요”라고 외치며 열광한다. 2004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영화·드라마 등을 오가며 활약하는 조정석을 관통하는 애드리브에 관객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의 파란만장한 삶을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풀어낸다. 동독 출신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옛 연인의 강요로 성전환 수술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중요 부위에 남성의 것도, 여성의 것도 아닌 1인치의 살을 안고 살아간다. 헤드윅은 드랙퀸(여장남자) 남편 ‘이츠학’과 자신이 설립한 록밴드 ‘앵그리인치’ 멤버와 콘서트를 열어 자기 삶을 한탄한다.

2006년 이후 ‘헤드윅’ 역할로 출연하며 ‘뽀드윅’(뽀얀 헤드윅)이라는 애칭과 함께 폭발적 인기를 얻은 조정석이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복귀했다. 5번째 헤드윅으로 그가 출연하는 회차는 매 시즌마다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조정석 외에 배우 유연석과 전동석이 헤드윅으로 출연 중인데 작품은 배우에 따라 대사와 분위기는 물론 공연 시간까지 달라진다. 올해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뽀드윅’의 매력은 무엇일까?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조정석 공연 사진. 헤드윅이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장면. 쇼노트 제공



# 코믹 애드리브
“이제부터 대본에 없는 거니까 센스 있게 잘 따라와”라는 대사대로 조정석은 매 시즌 다른 애드리브를 연구해 관객을 즐겁게 한다. 2016년 공연에선 자신이 등장한 tvN ‘꽃보다 청춘’을 패러디해 “난 구글맵이랑 번역기가 좋다”는 즉흥 대사를 쳤고 올해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 ‘엑시트’ 속 구조 요청 신호에 맞춰 호루라기를 분다. 홧김에 무대 위 자판기를 때린 후 “펩시 자판기인데 왜 칠성 사이다가 나오는 거야?”라고 구시렁거리며 관객에게 음료를 건네 관객을 폭소케 한다. 자신의 기구한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다 무덤덤한 기타리스트를 갑자기 째려보며 “자기야, 반응이 왜 그래?”라고 쏘아붙이거나 중의적인 단어를 이용한 수위 높은 농담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등 작정하고 웃긴다.

# 섬세한 표정 연기
헤드윅은 불행한 유년 시절과 상처로 가득한 연애사라는 슬픈 사연을 지닌 인물이다. 조정석은 헤드윅의 인생이 웃음에 희석되지 않게 섬세한 표정 연기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대극장이지만 무대 중앙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수시로 송출돼 자리에 상관없이 그의 표정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어린 헤드윅이 어머니의 구박을 피해 오븐 안에서 록음악을 듣는 오븐 신이다.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 헤드윅이 음악이라는 탈출구를 만나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을 때 객석은 동정 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 무대 장악력
무대 장악력도 뽀드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공연 시간이 인터미션 없이 135분을 넘기지만 대부분 폐차장이 배경인 무대는 변화가 거의 없다.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를 채우는 것은 오로지 배우의 몫. 조정석은 시작부터 객석 뒤에서 등장해 객석 팔걸이에 앉거나 관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며 베테랑의 존재감을 보인다. 그는 폐차 위로 단숨에 뛰어가고, 사다리를 타고 트레일러에 올라가 매혹적인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등 지루할 틈 없이 무대를 누비고 다닌다. 헤드윅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장면으로 유명한 ‘슈가 대디’를 부르며 객석 팔걸이를 밟고 세차하듯 몸을 흔들며 춤추는 ‘카워시’와 얼굴 모양 화장이 묻은 수건을 관객에게 주는 부분 역시 조정석의 능청스러움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게 끝난 뒤 커튼콜. 조정석이 머리에 물을 뿌리고 헤드뱅잉을 하며 앙코르곡을 열창할 때, 객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다. 공연은 6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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