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셰셰”에 담긴 위험한 세계관[시평]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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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발상
국적도 의심케 하는 事大字小
中 대사의 중국몽 훈시도 경청

6·25도 일제 식민지도 미국 탓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편들기
역사와 정세 인식의 왜곡 심각


지난달 22일 충남 당진 유세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국에 사대(事大)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양안(중국·대만)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하느냐.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라고 했다. 그의 ‘사대자소’(事大字小·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섬기고,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사랑해주는) 세계관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2022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부터 대한민국 국민임을 의심케 하는 기이한 언행을 마구 해 왔다.

같은 날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반대 이유를, 러시아와 척진 순간에 한반도 안보 상황이 나빠진다고 했다. 강대국에 대한 ‘사대’를 넘어 주권 존중과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위반한, 불법적인 침략 행위를 묵인한 발언이었다. 2022년 2월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6개월 초보 정치인’으로 조롱하며, 나토(NATO)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반대하는데도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러시아와 충돌했다며 러시아 침공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한,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예방한 미국 상원의원단과의 환담에서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결례를 범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에 한국이 합병된 것은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서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마지막에 일본이 아니라 (태평양)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6·25)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의 반미(反美) 의식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렇게 왜곡된 역사 인식과 세계관으로 ‘편 가르기’식의 외교 입장을 보인 그에게서 다시금 한반도를 구한말 시대 말기로 되돌릴 수 있는 위험성이 읽힌다. 그의 친북·종북·친중·반미·반일 인식이 우리 사회를 양분화의 늪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의 정치적 전력(前歷)을 보면 당리당략을 모티브로 이들 간의 당파싸움을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우리가 대만해협의 안보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국익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항행의 자유, 무역 항로 등보다 중국의 야망이 더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가쓰라-태프트 협약은 청의 쇠약으로 더는 한반도를 보호하지 못하는, 그리고 세계정세가 동맹 체제로 대립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물 중 하나였다. 당시 강대국의 세력 다툼은 동아시아에서도 치열했다. 러시아와 프랑스 동맹, 영국과 일본 동맹, 삼국동맹 등으로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루던 국제 역학 구조가 ‘영·일·러·프 대(對)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탈리아’로 양대 블록화한 덫에 한반도가 희생됐다. 정세를 오판하면서 오해·오인한 결과다.

협약 전에 하이에나와 같았던 제국 열강들은, 청의 한반도 입장과 보호 능력을 수차례 확인하는 정지 작업을 했다. 청의 능력과 의사 부족이 감지된 데 이어 한반도를 포기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결국, 열강들의 야합이 가능해진 결정적 이유였다. 청이 극도로 의존하는 조선을 포기한 결과로 이어지면서 하루아침에 우리는 나라를 잃었다.

오늘날 중국은 100년 전 중화민족의 부흥과 영예 회복에 전념하고 있다. 이를 ‘인류운명공동체’라는 포장지로 ‘중국몽(夢)’을 포장한다. 중국몽과 인류운명공동체가 주는 함의를 우리는 중국의 관점에서 곱씹어야 한다. 우리를 다시 예속·복속·종속시키려는 의도와 목적을 내포한다는 사실을. 이 세 단어의 의미를 제1 야당 대표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알았다면 지난해 6월 주한 중국 대사의 훈시를 경청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외교를 잘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타고난 ‘사주(四柱)’에 국민은 통감한다. 2007년부터 국민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의 설문 결과가 증명한다. 2023년 우리 국민의 11%만이 중국을 협력 대상으로 여겼다. 나머지는 경계·경쟁·적대 대상으로 인식했다. 국민은 한·중 협력(4.5%)보다 한·미 협력(27%)을 우선시한다. 남북 협력을 포함해 균형적인 협력(43%)을 더더욱 선호한다. 국민은 왜곡되고 편향된 외교를 원치 않는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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