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무용수 보듬는 ‘쌤’… “최고 퍼포먼스 펼치도록 도와”[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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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임묘진(뒤) 유니버설발레단 트레이너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수석무용수 드미트리 디아츠코프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 공연을 움직이는 사람들 - (2) 임묘진 유니버설발레단 물리치료사

무용수 관절·근육 체크해 치료
통증부위 테이핑·재활운동 도와
모든 공연 함께하며 밀착 관리


글·사진=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무대 위에서 발레는 아름답고 우아한 예술이지만 이면엔 무용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고통이 숨어 있다. 발레단에 근무하는 물리치료사는 이런 무용수들의 고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치료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물리치료사인 임묘진 트레이너가 근무하는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의 건강관리실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안에선 비명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밖에선 무용수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지난 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임 트레이너는 “무용수들이 치료받을 때 엄살이 얼마나 심한지 알면 놀랄 것이다. 치료받을 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나를 붙잡고 저지하기도 한다”며 발레가 고된 예술이라는 것을 짐작게 했다.

임 트레이너는 자신과 무용수들의 관계를 ‘자동차와 엔진오일’로 비유하며 “엔진오일이 자동차 엔진을 잘 관리하는 것처럼 나도 무용수들을 돕는다. 트레이너는 무용수들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기능에 문제가 없도록 항상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오전 11시에 시작, 발레단 내 다른 인원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편이다. 발레 클라스 30분 전에 출근해 관절이나 근육에 문제가 있는 무용수들한테 테이핑하고 보호해주는 것이 업무의 시작이기 때문. 이후 건강관리실을 방문하는 무용수들의 아픈 부위를 테이핑해주거나 도수치료, 재활운동을 돕는다. 임 트레이너는 “치료실을 방문하는 무용수들이 없을 땐 틈틈이 더 나은 발레 동작을 연구하고 논문을 보면서 분석한다”고 했다.

오후 6시가 됐다고 퇴근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일정을 무용수들과 함께 이동하며 그들을 밀착 관리한다. 임 트레이너는 국내외 출장을 포함한 모든 공연에 합류해 백스테이지에서 매의 눈으로 단원들을 관찰한다. 부상이 있으면 바로 응급처치를 실시한다. 단원들이 무대에 오를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한 그는 “공연 중 무용수들이 부상당하는 순간이 가장 아찔하다. 관객들은 모를 수 있어도 나는 무용수들이 삐끗하거나 무리가 갔을 순간이 다 보인다”고 했다. 이어서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호두까기인형’ 공연 때 부상으로 발목이 완전히 돌아가서 인대가 끊어지고 골절된 발레리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용수들이 임 트레이너를 부르는 호칭은 ‘쌤’이다. 무용수들의 물리적인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소화하는 그를 친밀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는 무용수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거나 소소한 잡담도 해 무용수들이 심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단원들이 건강관리실 바로 옆에 위치한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할 때는 운동자세 교정도 지도한다. 임 트레이너는 “팔을 안 쓰고 등을 써야 한다, 몇 번째 손가락을 써라 등 눈높이 교육을 통해 자세를 교정한다. 어떻게 해야 어떤 부위의 근육을 쓰는지 알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병원 물리치료사, 삼성스포츠단 탁구 전담 트레이너,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트레이너, 평창동계올림픽 폴리클리닉(종합진료소) 물리치료사 등으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발레단에 오게 된 계기를 묻자 “스포츠같이 역동적인 것을 하다 보니 예술성이 가미된 발레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용수들의 부상 부위가 다른 스포츠 종목 트레이너로 근무했을 때와 다르다고 한다. 특수한 신발인 토슈즈를 신어야 해 발목 부상이랑 고관절 부상이 흔하다는 것. 임 트레이너는 대처 방법도 타 종목과 다르다며 “종목에 따라 테이핑 방법이 다른데 발레는 관절을 많이 고정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스포츠처럼 몸싸움을 하지 않아 근육만 보조해주는 가벼운 테이핑 방법을 사용 중이다”고 말했다.

■ 공통질문

―발레단 트레이너란?
“무용수들이 신체적인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손상된 인대나 근육 부분을 테이핑하거나 스트레칭, 재활운동, 도수치료를 진행합니다.”

―발레단 트레이너의 필수 덕목은?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죠. 그리고 관찰을 잘해야 합니다. 예리한 분석을 통해 뭐가 문제가 되는지 체크하고 그게 정상적인 범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평가해야 합니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무용수의 몸을 최고의 상태로 만들면 무용수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줬을 때죠.”
유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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