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 협력사 근로자 출입시스템 설치 갈등…노조, 강제 철거에 협력사 고발 맞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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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시열 기자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간부들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태 관리용으로 설치한 안전출입시스템(안면인식기)를 무단으로 철거하다 고소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최근 HD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4명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노조 측이 지난 5일부터 최근까지 사내협력업체 사무실 등에 설치된 안전출입시스템 80여 대를 무단으로 떼어낸 데 따른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올해 2월부터 협력회사의 요청을 받아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에 근로자 출입확인용 기기인안면인식기를 설치했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정확한 출입 확인 및 보안 관리 등을 위해서다.

회사 측은 특히 정부 권장 사항인 ‘협력사 에스크로 제도’의 운영을 위해 근로자들의 정확한 근태 관리가 필요한데, 여기에 안면인식기가 큰 도움이 된다 입장이다. 에스크로 제도는 원청이 특수 계좌에 인건비를 입금하고 협력업체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 게 확인된 후 계좌에서 인건비 인출을 승인하는 일종의 임금체불 방지 장치다.

이와 함께 안전출입시스템은 정부의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사업’ 참가를 위한 필수조건인 최소 근무일수(월 15회) 증빙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고, 학자금, 명절귀향비 하기 휴가비 등 경영지원금 적정 지급 여부 검증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안면 인식기가 근로자를 감시, 통제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식사카드나 작업지시서 등을 통해서 사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신원과 인원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사 측이 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안면 인식기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지난 5일부터 최근까지 사내협력업체 사무실 등에 설치된 ‘안전출입시스템’ 80여 대를 무단으로 떼어냈다.

노조는 지난 16일 소식지를 통해 “신체 정보를 수집하면서 대체제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것이다”며 “노조는 하청 노동자 인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섰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각 정문에서 ‘노조는 불법 행위를 당장 멈춰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을 배포했다.

협의회 측은 “협력사 근로자들의 안전관리를 위한 정확한 출입 확인 차원에서 협력사에서 원청에 요청해 설치하게 됐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근로자 개인 의사를 반영해 동의서를 받았고, 대부분 동의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협력사별로 93%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또 “노조의 위압적인 행위에 많은 협력사 직원들이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있어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다”며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