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군사채널 완전 복원… 양국 국방, 17개월만에 회담

美·日·필리핀, 對中견제속 진행
남중국해 우발적 충돌 피할 의도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미국과 중국이 17개월 만에 국방장관 회담을 재개하며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채널을 사실상 완전히 복원했다. 격해지는 패권 갈등과 무역 갈등 속에서도 남중국해 등에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둥쥔(董軍) 중국 국방부장은 이날 화상 회담을 하고 글로벌 안보 이슈와 국방 관계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군사 소통 채널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미 국방부가 전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비행, 항해,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에 따라 보장된 공해상의 항해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과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오스틴 장관은 특히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도 표시했다. 중국 국방부는 둥 부장이 오스틴 장관에게 중국 주권 존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둥 부장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에서도 핵심이고 중국의 핵심이익이 손실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중국의 남해(남중국해) 영토 완전성과 해양 주권을 실질적으로 존중하며 실제 행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중·미 양국 군 관계의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미·중 간 국방부 장관이 소통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에서 열린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계기 회담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군 대 군’ 채널을 비롯한 각종 대화를 중단했다.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1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군사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지난해 12월 합참의장 간 화상 회담, 지난 1월 국방정책조정회담, 지난 3∼4일 해상군사안보협의체(MMCA) 작업반 회의 등을 잇따라 개최했다. 이날 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면서 양국 군사 대화 채널이 완전히 복원됐다는 평가다.

이번 화상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일 정상회담, 11일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인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중국이 “중국을 겨냥한 악의적 공격과 비난”이라고 반발하면서도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