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학교내서 암처럼 번져”… 치료 후에도 친구따라 또 중독

청소년 '단도박률' 34.1% 그쳐
‘한판에 10초’쇼트폼도박 유행

중학생 A(14) 군은 친구를 통해 불법 사이버도박인 ‘바카라’를 알게 됐다. 두 장의 카드를 더해 끝자리가 9에 가까우면 승리하는, 짧게는 한 판에 10초도 걸리지 않는 ‘쇼트폼 도박’이다. 짧고 강한 중독성에 이끌려 도박에 빠져든 A 군은 500만 원의 빚을 지고 ‘치유 캠프’에 입소해 반년을 보내고 학교로 돌아갔다. A 군은 처음 1∼2달까지만 해도 캠프 측의 ‘단도박’ 점검 전화를 받고 “도박 안 한다”고 답했지만, 어느 순간 연락을 차단했다. 이런 경우 대다수는 다시 도박에 빠져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29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예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0대 도박 중독 환자의 ‘단도박률(치료 서비스 종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도박을 끊은 비율)’은 매해 연령대별 최하위권을 맴돈다. 예치원은 치료 서비스가 종료되면, 3·6·12개월 주기로 추적 점검을 실시하고 12개월 차에 도박을 끊은 것으로 확인되면, 단도박 판단을 내린다. 지난해 예치원에서 치료를 끝낸 10대 674명 중 34.1%만 단도박자로 판정받았는데, 나머지는 연락이 안 되거나 치료 대상자 측 요청에 의해 연락을 하지 않은 경우다.

10대의 낮은 단도박률은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기의 세대적 특성 때문이다. 치료 시설에 입소해 치료를 받더라도, 학교로 돌아가면 또래 집단에 의해 또다시 도박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최근엔 앱 링크 하나면 접속 가능한 ‘사이버 쇼트폼 도박’이 유행하면서 더욱 쉽게 전파하고 전파당하는,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인 ‘다단계 구조’가 강해졌다고 한다. 또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학교마다 ‘총책’을 지정하면서 ‘전염력’이 더 커지고 있다.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 관계자는 “청소년 도박은 암세포처럼 학급 단위로, 학년 단위로, 학교 전체로 전파된다”며 “신학기를 지나 교우관계가 형성되는 4∼5월이 가장 유행에 취약할 시기”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 도박이 ‘2차 일탈’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고교생 B(16) 군은 중학교 1학년 때 교내 도박 소모임에 들어간 후 소위 ‘비행청소년’이 돼버렸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치료기관들은 한계가 있다”며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적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