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누명 벗은 ‘거문도 간첩단’ 피해자들…법원 “국가가 55억 배상하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연합뉴스

남편 수감 중 사망, 아내 7년 복역…재심 "무죄"
법원 "회복 어려운 재산 손해·정신적 고통 입어"
"지난해 받은 형사보상금 공제한 27억4000만원, 국가가 지급해야"


‘거문도 간첩단’이라는 누명을 쓰고 수감됐다가 뒤늦게 무죄를 선고 받은 일가족과 유족이 27억4000여만 원의 국가 배상금을 받게 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고(故) 김재민·이포례 부부의 자녀·손자·손녀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47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김재민·이포례 부부에게 각각 13억9800만원 등 국가가 일가족에게 총 55억2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지난해 11월 확정돼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여만 원을 공제한 27억4000여만원이 실제 지급할 배상액으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강제 연행돼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폭행·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이같이 수집된 위법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해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기 때문에 가족들 역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공무원들의 수사·기소·재판과 수사발표 등 행위가 직무집행 외관을 갖췄다 해도, 국가는 그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거문도 간첩단 사건’은 1976년 거문도에 살던 김재민 씨 일가 5명이 대남 공작원들의 간첩 활동을 돕는 대신 금품을 받았다고 몰려 처벌됐다가, 45년 만에 재심에서 누명을 벗은 사건이다. 무기징역을 받은 남편 김재민 씨는 복역 중 사망했다. 아내 이포례 씨는 징역 7년을 살고 출소했지만 재심이 청구되기 전 세상을 떠났고, 다섯 남매 중 세 남매도 징역 2~4년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일족들은 부부 사망 뒤인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위법수집증거 모두 증거능력이 없어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일족들은 지난해 3월 "수사·기소·재판 및 복역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가족들 또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강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