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제도 역차별 논란 확산… 재계 “시대착오적 제도 폐지”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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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미국 국적 이유 제외
대한상의 “한국에만 있는 규제”


대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한 명을 특정해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동일인 지정제’를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다른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동일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지정제는 자산 5조 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을 지배하는 총수를 정부가 지정해 각종 신고와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지난 1986년 제정된 동일인 지정제는 그룹 총수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역차별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제도의 전면 재검토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발표한 ‘기업의 지배구조 자율성 확보를 위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그룹은 최상위 회사 등 핵심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를 충분히 획정할 수 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도입 등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또 해당 제도에 대해 “단지 기업의 규모를 이유로 제재하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적했다.

하이브 등 7개 그룹의 대주주(오너)가 새롭게 총수로 지정된 반면, 지난 2021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쿠팡의 김 의장이 미국 국적 등을 이유로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은 점도 논란이다. 공정위가 전날 발표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집단) 및 동일인 지정’에는 이번에 새로 개정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처음 적용됐다. 개정 시행령은 대기업 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보는 일반 원칙은 유지하되 ‘예외 조건’을 충족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외 조건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 등이다. 대기업 집단 중 쿠팡과 두나무가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최지영·전세원 기자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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