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지”…범죄 감싸는 ‘그릇된 팬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7 12:05
  • 업데이트 2024-05-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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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김호중.



■ 김호중 뺑소니 논란 일파만파

음주운전·조직적 은폐 의혹에도
팬카페에선 옹호·응원 글 줄이어
사고후 기부했다가 여론 뭇매도

김, 팬 지지 업고 주말공연 강행


가수 김호중(32)의 뺑소니 사고 은폐 시도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극성 팬덤의 지지를 받는 김호중은 예정대로 주말 공연을 강행하는 등 ‘나 몰라’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상식과 논리를 외면하는 팬덤의 비뚤어진 행보가 정치·사회에 이어 문화 영역에도 똬리를 트는 모양새다.

17일, 15만 명이 넘는 회원 수를 확보하고 있는 김호중의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에는 그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식의 반응을 비롯해 “완벽한 인간은 없다” “얼마나 지쳤으면 그랬을까” 등 감정적으로 그를 감싸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당시 김호중의 모습을 담은 CCTV 및 소속사의 조직적 은폐 시도를 꼬집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연예인 한 명을 나락에 빠트리기 위해 부풀려서 기사화한다”는 비상식적인 반응도 보이고 있다.

김호중을 보호하기 위한 팬덤의 결집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단독으로 여는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창원(18∼19일), 김천(6월 1∼2일) 공연 티켓은 여전히 매진이다.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23∼24일)의 경우 주최사인 KBS가 출연자 교체를 요청했으나 주관사는 “대체자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팬클럽은 논란이 한창인 16일 비영리단체 희망조약돌에 김호중의 이름으로 기부금 50만 원을 전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런 팬덤을 의식한 김호중 측은 14일 팬카페를 통해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아티스트를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부모가 자식을 무조건 감싸며 두둔하는 ‘내 새끼’ 정서가 팬덤 안에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김호중에 앞서 폭행 및 상해 전과가 드러나 논란이 된 가수 황영웅은 지난해 초 출연 중이던 방송에서 모두 하차했으나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앨범 발매 지지 기부금 61억 원을 모으기도 했다. 이 같은 맹목적인 팬덤은 정치권과 연예·스포츠계, 유튜브 시장 등 ‘스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일부 영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팬이 되기 전에는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일단 팬이 된 후에는 자신의 결정에 부합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라면서 “논란이 사실이 되면 그동안 팬덤의 모든 지지 행동이 부정당하기 때문에 후회와 절망을 피하려는 인지 부조화 속에서 내부 결속력을 다져야 한다는 ‘우리’의 개념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김호중과 소속사 대표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 현재 압수물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술잔에 입은 댔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한 김호중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술자리 동석자와 술집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은 음주운전 의혹을 일축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호중이 한 술집에서 나와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귀가한 뒤 다시 차량을 끌고 다른 술집으로 향하다 사고를 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호중과 소속사 직원 등의) 행적과 의혹을 입증할 증거물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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