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정부, 원칙 고수… 大馬不死 논란 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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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평가

“더 빠른 구조조정 했어야
미봉책만 택하다 화 키워”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하면서 ‘충분한 자구 노력이 없으면,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不死)’ 논란을 잠재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이 그동안 수출기업의 핏줄과도 같은 해운업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과 지원을 이어왔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31일 금융권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은 한진해운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4306억 원을 보증했다.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경우 전액 물어줘야 하는 금액이다.

신보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한진해운 회사채를 지원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정부가 2013년 7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제도다. 만기가 돌아온 기존 회사채를 갚기 위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인수해 자금 순환을 돕는 방식이다.

전준모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만약 한진해운 부채비율이 1400%가 넘었던 2013년에 정부가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동시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건 한국신용평가 실장도 “만약 정부와 채권단이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해운업 전망을 가지고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진행했다면 피해는 지금보다 줄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운업 위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물동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운임마저 낮아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한진해운 외에도 머스크라인과 케이라인 등 글로벌 해운회사 대다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운업에 대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세계적인 해운업의 위기가 단기간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큰 그림을 가지고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해운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