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985년 산울림 소극장을 개관한 직후의 임영웅(왼쪽)·오증자 부부.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 제공
부인 오증자 교수와 戰友愛
―부인 오증자 교수를 ‘전우’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다던데요.
(그는 번역가이자 극작가로도 활동한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와 1961년 결혼해 지금까지 동행했다. 오 교수는 호적에 그보다 한 살 위로 돼 있지만 실제로 한 살 아래다.)
“한국에서 순수 연극을 한다는 건, 전쟁을 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니 나는 전사이고, 나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은 전우가 되지요. 그래서 오 교수를 예술 전우라고 했어요. 아내가 학교 선생을 하고 번역도 해서 돈을 벌었지요. 내가 돈을 못 벌어도 먹고살 수 있었던 데는 아내의 힘이 컸지요. 살고 있던 집을 팔아서 극장을 지을 때도 아내가 격려를 해 줬어요.”
―연극을 하겠다는 가난한 청년이 인텔리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아 결혼을 했습니까.
“사로잡은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됐지요(웃음). 신문사 기자를 할 때 당시 국제방송국에서 프랑스어 방송 아나운서를 하던 아내를 만났어요. 1961년 5월 22일로 결혼 날짜를 잡았는데, 며칠 전에 5·16 쿠데타가 일어났잖아요. 갑자기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니 앞날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일단 위기의 시대엔 같이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예정대로 진행했어요. 집회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당국으로부터 결혼을 위한 집회 허가서를 받았지요. 그 허가서를 잘 간직했으면 역사적 자료가 됐을 텐데 어디에 뒀는지….”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한 비결을 말씀해주신다면.
“개성이 뚜렷한 두 사람이 한평생을 함께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 돼요. 아내는 내가 연극 아니면 못 사는 사람인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나를 밀어줬지요.”
―살면서 여자 문제는 없었나요.
“(못 알아들었다가 재차 묻자) 그런 문제에 대해서 아내는 ‘그럴 거면 가라’고 말하는 스타일이죠.”
적나라한 질문에 역시 내공 깊은 답을 내놨다. 다시 얄궂은 질문.
―오 교수가 극작을 맡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하셨는데, 극작료를 줬나요.
“주긴 준 것 같은데 많이 못 줬을 거예요. 상징적으로라도 줘야지요. 그런데 아내는 나더러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적극 밀어줬어요.”
아내에 대한 그의 고마움은 사무친 데가 있었다. 그 또래의 성공한 한국 남성들이 흔히 갖는 미안함과 동의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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