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충돌>적폐청산 수사 ‘최종목표’는 MB 구속?

검찰 ‘국정원 댓글’ 수사 등
‘소환조사 명분찾기’에 전력
MB “감정풀이 보복 의심”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이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며 검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형국이다. 침묵하던 이 전 대통령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나서며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소환의 명분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소환조사는 수사 진행 상황과 정치적 공방 등이 얽힌 복잡한 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13일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조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된 뒤 ‘다음 타깃은 MB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검찰은 본격적인 조사 방침이 결정될 때까지는 ‘로 키’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이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상황에서 검찰에서 수사 상황과 관련한 불필요한 언급이 나올 경우 정치 공세에 기름을 제공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 전 장관이 2010∼2012년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온라인 정치관여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김 전 장관은 11일 구속됐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MB 찍어내기’로 흐르고 있다고 판단하고 공세로 돌아섰다. 이 전 대통령은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면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은 향후 자신을 향할 검찰 수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과 군의 정치 개입만으로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다른 수사 대상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제2롯데월드의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 논란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란 관측도 법조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