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의 땅, 중동을 가다>“정치인들이 국민 달래려 ‘난민 혐오’ 이용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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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레 UNHCR요르단지부장

1970년대 베트남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세계 각지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한 전문가도 고개를 저을 만큼 시리아 난민 문제는 심각했다. 과거 난민 구호 활동은 숙식만 해결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현지 주민들과의 갈등도 중재해야 하며 난민 문제를 이용하는 정치인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와도 싸워야 한다.

스테파노 세베레 유엔난민기구(UNHCR) 요르단 지부 대표는 지난 11월 13일 암만의 대표부 사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요르단은 외국인과 난민 혐오가 강한 편은 아니지만 정치인들이 연초에 이뤄졌던 세금 인상과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을 이용하려 한다”며 “난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수시로 정치인들의 프로파간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베트남 전쟁 난민 구호부터 이라크, 르완다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최전선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펼쳤던 세베레 대표는 시리아 내전이 7년을 넘어가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난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공여금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며 “아직 연말이어서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해와 비교해 공여금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UNHCR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모인 공여금은 1억9750만 달러(약 2200억 원)로 당초 목표액의 72% 수준이다.

난민들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이들에 대한 혐오감과 위기감을 조장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베레 대표는 “우리는 정치인들의 생각보다는 지역사회 정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난민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과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7년 넘게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난민 수만 130만 명(UNHCR 기준 75만 명)에 달해 UNHCR는 안구 스캔 기술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지원금을 관리하고 있다. 세베레 대표는 “난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지원금 지급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이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현금인출기(ATM)에 설치된 안구 확인 장치에서 본인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베레 대표는 “상당수 난민이 요르단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며 “요르단에서 이들 엘리트들을 직접 채용하기는 어렵지만 후에 이들이 본국에 가면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희망을 강조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