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후 가격 급등한 가상화폐… “전통 금융시스템 혼란에 대안 부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얼마나 오를까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금융기관의 잇단 폐쇄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의 가상화폐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표시된 실시간 거래 가격. 연합뉴스

안전자산 선호 강화속 기현상
‘분산·탈중앙’ 가치 인정 분석
일시적 유동자금 흡수 견해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는데도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값이 되레 급격히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특정 금융사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 및 탈중앙’ 기술의 결집체인 비트코인이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전 9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2만4451달러(약 3190만 원)로 지난 10일(1만9654달러)에 비해 24% 올랐다. SVB 폐쇄 결정이 내려진 이후 2만 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하락장이 예상됐지만 되레 급반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2만6362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2만6000달러 돌파는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런 현상은 SVB 사태 이후 채권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본이 쏠리는 와중에 발생해 관심이 모인다. 미국 국채금리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포인트 넘게 떨어지며 3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채권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인 신흥국 주식시장이 지난 13∼14일 하락장을 맞은 것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기인한다. SVB 사태에 앞서 가상화폐 은행 실버게이트 청산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의 흥행은 예상을 벗어난 현상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화폐·금융 시스템인 은행이 혼란에 빠지면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대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상승은 디지털 자산 부문이 최근 SVB 파산 등 미국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투자처를 잃은 단기 유동자금을 흡수해 가격을 밀어 올렸을 뿐이며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병욱 서울종합과학대학원 교수는 “단기 유동성이 잠깐 서지(급증)를 일으킨 것”이라며 “거래량 자체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이 정도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