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협회, “정부가 국민건강보다 보험사 수익만 대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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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한의사협회 부회장 인터뷰
국토부, 자보 첩약처방일수 10일에서 5일로 제한 추진
한의사협회, "국민 손해 커지는 근거 없는 대책" 비판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지 않고, 손해보험사들의 비용 절감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꼴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그동안 수차례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했는데, 우리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습니다."

24일 대한한의사협회 안덕근 부회장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첩약개선방안으로 추진하는 대책이 국민건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국토부가 자동차보험에서 한방 과잉진료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첩약 처방 최대일 수를 현행 10일분에서 5일분으로 줄이는 방안을 협의 과정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부회장은 "첩약 최대일수를 5일분으로 줄이게 되면, 기본적으로 환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데, 국토부가 이러한 협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는 30일 자동차수가분쟁심의위원회를 열고 표결을 통해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는 임원들이 단식투쟁을 준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계획대로 개선안이 시행되면 국민이 아닌 손해보험사들만 이익을 본다는 게 한의협 주장이다. 안 부회장은 "자동차사고는 사고 이후에도 후유증이 나타나는데, 첩약 10일분을 처방하면 경과 관찰하면서 10일까지 확인할 수 있지만, 5일분으로 줄어들면 경과 관찰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환자들이 상당수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는 기간이 줄어들어, 이후 후유증도 관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 첩약을 10일분 이상으로 처방해온 이유가 있다는게 한의협 설명이다.

안 부회장은 "국토부에선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은 보통 3일, 5일, 7일이라는 점을 내세우지만, 그건 항생제 등과 같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양약이라서 가능한 것"이라며 "한방 첩약은 우리 몸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방식의 치료인 만큼 최소 10일분을 처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시행한 첩약시범사업에서도 첩약이 10일분 이상으로 처방된 경우가 99% 이상이었다.

한의협은 특히 정부가 강행하는 첩약일 수 축소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부회장은 "국토부가 첩약의 일수 축소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근거가 있는 것을 수용해야 하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부분을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다. 그는 "국토부는 라이프 스타일이 주단위로 움직이니, 1주일로 하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낼 정도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그동안 협회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면서 의견을 제시해왔는데, 국토부가 전날 갑자기 오는 30일 자동차수가분쟁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손해보험사와 정부쪽 위원이 많은 분심위에서 표결에 붙이면, 정부와 손보사 뜻때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가 국민에 대한 생각없이, 손해보험사 입장만 대변하는 상황"이라며 "한의사협회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