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1일 열린 한국미용장협회 서울지회장 취임식에서 노인선(앞줄 가운데) 회장이 회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 자랑합니다 - ㈔ 한국미용장협회 서울지회장 노인선
우리 동네 골목은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지만, 보도블록이 알록달록하고 길게 뻗어 참 시원하다. 행인과 거주민이 은근히 많아 올망졸망한 가게들이 줄을 잇는다. 약국, 아동복 매장, 정육점과 중식집, 간이주점, 편의점, 부동산중개소, 캘리그래피 공방, 독서실, 카페 외에도 미용실이 6곳 있다.
‘미용실’ 하면 1980∼1990년대 미스코리아 대회를 빼놓을 수가 없다. 진선미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어디 어디에 있는 무슨 무슨 살롱, 누구누구 선생님!”을 부르며 미용실 원장님의 은공을 잊지 않는다. 미용실 원장 선생님은 뿌듯하다 못해 TV 속으로 들어가기 일보 직전이다. ‘다가올 기쁨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미용 예술인의 보람이다.
흔히 미용실을 살롱(salon)으로 부르고, 미용실 원장 선생님은 실비아, 크리스티나 등 예명으로 불린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미용 살롱에 가는 이유는 아름다워지기 위해서가 아닌가. 미용실은 도화지에 한 폭의 미술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1∼5시간을 앉아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사랑방이다. 미용사와 고객은 머리를 하는 동안 헤어뿐만 아니라 쉬엄쉬엄 서로의 일상, 고민, 넋두리, 자랑 등 삶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우리 가족이 오랫동안 다니던 골목 가운데쯤에 있는 미용실. 원장님이 같은 고향(경남 함양)에 풍천노씨 같은 집안일 줄이야! 노 원장님은 일찍부터 예약제로 운영하는 본업 외에 자투리 시간에는 오직 미용 실기연습과 이론 공부다. 그 열정이 하도 신기해 내 신상도 터놓으면서 원장님의 서사를 좀 알게 됐다. 1983년 16세 최연소 나이로 미용 자격증을 취득하고 5년 만에 본인 숍을 가졌다. 미용을 가르쳐 준 선생님의 헤어숍을 이어받아 서울 은평구에서 35년째 운영하고 있다.
가정과 숍 운영, 한국산업인력공단 기능심사 검정위원 등 바쁜 소임에도 2011년에는 미용장(종전 미용기능사1급) 자격을 취득했다. 학업을 계속해 동덕여대 대학원에서 미용보건학과 보건향장 전공으로 석사, 박사(2021년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촌음을 아끼는 노력과 열정을 후학 양성으로 연계해 지금은 서울특별시 중부기술교육원, 계명문화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각종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과 기능사 검정심사위원 등으로 출장도 잦다.
올해부터는 가정에 충실하자고 다짐했건만 일이 사람을 따라다닌다고 하던가. 지난 3월 21일 (사)한국미용장협회 제10대 서울지회장 중책을 맡게 됐다. 100여 명의 관계자가 축하하는 취임식에서 노 신임회장은 “사실 ‘미용사’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아름다움을 만드는 스승’이 된다”며 “우리가 하는 미용은 단순한 커트나 파마, 염색이 아닌 미용실을 찾는 고객의 시험 합격, 짝사랑 고백, 첫 출근, 재취업, 웨딩 촬영, 부부 화해 등 각인각색의 설렘과 바람에 맞춘 ‘기쁨과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미용 예술인이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이 연습, 공부, 연구해 미용인으로서의 열정과 자긍심을 갖고 원하는 고객에게는 응원과 조언을 해주는 멘토 역할도 하자”고 강조했다.
그녀의 미용실 벽에는 “우리 ‘고추잠자리 헤어뉴스’ 의자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다녀갑니다”라는 금언과 함께 ‘장기간 입원환자 이·미용 봉사 일정표’가 붙어 있다.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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