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정비와 치수 혁신 가속화 필요성[문화논단]

  • 문화일보
  • 입력 2023-09-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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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

인류 문명이 하천 일대에서 기원한 이래, 물을 다스리는 일은 국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였다. 이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성부에서 시행된 청계천 준천(濬川) 사업의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은 건국 초기 기초적인 수준에서 청계천을 정비한 후 몇백 년간 그대로 방치했다. 18세기 들어 청계천은 토사·오물 등이 하천 바닥에 쌓이면서 수시로 범람했다. 이에 영조는 1760년 57일간 약 20만 명을 동원해 대규모로 하천 바닥을 준설하는 준천 사업을 시행했다.

오늘날 대규모 준설은 4대강 사업을 통해 이뤄진 게 전부다. 4대강 본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이 커져 홍수에 상대적으로 안전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지방하천을 포함한 지류·지천은 거의 그대로 방치됐다. 최근 청미천 현장을 방문했을 때 지역주민과 지자체 담당자들이 본류인 남한강은 4대강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줄었으나, 지류인 청미천은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준설 사업을 건의했다.

하천 준설과 제방 증고(높이기)는 퇴적된 하천을 안전한 물길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장기간 퇴적으로 강바닥이 높아지면 제방 유실 등 제방 안전성이 약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제방 높이기와 준설은 병행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 때 대규모 준설로 인한 생물 서식처 교란 등 환경 파괴 논란이 커지면서 그간 준설보다는 제방 높이기를 중심으로 하천 정비가 이뤄졌다. 한편, 대다수의 전문가와 지역에서는 빈번해진 극한 홍수 대비를 위해 준설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는 8월 집중호우, 태풍 ‘힌남노’로 수도권과 경상남도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해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7월 장마와 태풍 ‘카눈’으로 전국에 걸쳐 수해가 발생했다. 일상화한 기후변화 시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치수 정책이 시급하다.

이에 환경부는 다음과 같은 치수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그동안 방치된 지류·지천에 대해 준설과 제방 보강 등 하천 정비를 강화한다. 도림천 방수로, 빗물 터널 등 대형 홍수 방어 기반시설도 구축하고,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을 증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우기부터는 인공지능(AI) 기반 홍수예보 등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도 홍수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약 68% 늘어난 약 2조 원 규모로 편성했다.

특히, 준설 등 재난 대응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긴급한 재난 대응 사업 등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할 계획이다. 또한, 준설 작업 시 토사뿐만 아니라, 오니(오염된 흙)도 제거해 하천의 홍수 방어 능력을 키우면서 수질 등 물 환경도 개선할 것이다.

지류·지천의 홍수 방어 능력을 키우려면 지방하천 정비가 필수다. 홍수 위험이 커 시급히 정비해야 하는 지방하천은 국가하천으로 승격시키고, 홍수에 취약한 국가하천과 지방하천 합류부는 지난 8월 16일 개정된 하천법을 근거로 국가가 직접 정비할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에 하천정비 전담 부서도 확충할 계획이다. 또, 지자체가 담당하는 지방하천 정비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함께 지자체의 투자 확대를 독려하겠다.

극한의 기후변화 시대에 물관리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하다. 수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본질적인 책무이며 이념과 진영을 넘어선 최우선 과제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다시 짜는 마음으로 혁신적인 치수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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