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꼰대’ 화신 된 송영길… ‘86 퇴진론’ 자초[현장에서]

■ 현장에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86운동권(80년대 학번·60년대생)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꼰대 정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총선 때마다 제기된 ‘86 용퇴론’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단적인 예시가 바로 이번 송 전 대표의 발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꼰대 정치 극복’을 외쳤던 송 전 대표가 사실상 본인 스스로 꼰대임을 자인하면서 86운동권 전체의 얼굴에 먹칠했다는 지적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향해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놈이 국회에 와서 300명(국회의원들) 자신보다 인생 선배일 뿐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놈들을 조롱하고 능멸했다”며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하겠나. 내가 물병이 있으면 물병을 머리에 던져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30대부터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골고루 지내며 수십 년간 정치적 기득권을 누린 대표적인 86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한 장관은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 기여도 별로 없이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시민들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했다”며 송 전 대표가 보인 ‘운동권 특권의식’을 비판했다.

아이러니한 건 송 전 대표가 2021년 당 대표 출마 선언문을 통해 “꼰대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외친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우상호 의원을 제외하면 조정식, 윤호중, 이인영, 정청래 의원 등 운동권 출신 정치인 누구도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총선 출마설까지 피어오르며 당내 86그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발언이 운동권 청산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말했던 당내 꼰대 정치 극복의 도화선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대영 정치부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