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떠돌던 안중근 의사 유묵… 독립유공자 후손 기업이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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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휘호
日 소장가에게서 13억에 낙찰

‘사람의 마음은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경술년 3월 뤼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

중국 뤼순(旅順) 감옥에 수감돼 있던 안중근(1879∼1910) 의사는 사형을 앞두고선 ‘인심조석변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사진)’이라는 휘호를 써내려갔다. 풍파 속에서도 변함없는 산 빛깔처럼 독립을 위한 뜻을 꺾지 않겠다는 굳은 심지를 대변한다. 단정하면서 일말의 흐트러짐 없는 짙은 먹글씨와 선명한 약지 손도장에선 강직하고 격조 높았던 안 의사의 생애가 엿보인다.

안 의사가 남긴 이 유묵(遺墨·생전 남긴 글씨나 그림)이 27일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에서 13억 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경매서 19억5000만 원에 낙찰된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에 이어 안 의사 유묵 중 두 번째로 높은 낙찰가다. 특히 100년 넘게 해외를 떠돌던 문화유산을 독립유공자 후손이 세운 기업이 국내로 환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던 이 유묵의 새 주인은 토종 반도체 장비 제조사 한미반도체다. 독립운동가 곽한소(1882∼1927) 선생의 손자인 고 곽노권 회장이 창립했다. 최근 별세한 곽 회장은 생전 조부가 남긴 기록물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하는 등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애국정신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옥션 측은 “한미반도체가 창업자 뜻을 기리기 위해 유묵 환수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은 1910년 2월 14일부터 순국한 3월 26일까지 약 40일간 뤼순감옥에서 200여 점의 휘호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