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 ‘끽다점’에 모인 예술인의 고뇌·사랑… 참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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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서련 ‘카카듀’ 출간

영화감독·한국판 마타하리 등장
“무덤 옆에 놓을 만큼 자신 있어”

2015년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박서련(사진)이 등단 10년을 맞았다. 구한말 여성 노동자 ‘강주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소설 ‘체공녀 강주룡’(한겨레출판)으로 2018년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박 작가가 다시 한번 구한말로 돌아가 신작 ‘카카듀’(안온북스)를 펴냈다.

“‘체공녀 강주룡’을 내면서 이 책은 내가 죽은 뒤 무덤 위에 놓일 작품이라고 했어요. 그 뒤에 많은 글을 썼지만 감히 그런 말을 할 만한 작품을 내는 일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카카듀’는 달라요. 이 책은 제 무덤 옆에 놓일 두 번째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출간 직후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박 작가는 조심스레 책을 어루만지며 단단한 포부를 밝혔다. 책은 조선 최초의 끽다점(카페) 카카듀를 배경으로 이곳을 공동 운영한 영화감독 이경손과 ‘한국판 마타하리’로 불린 공산당 간첩 현앨리스를 등장시켜 격동의 시대를 그린다.

“카카듀는 개화파와 코뮤니스트, 신여성을 가릴 것 없이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에게 화젯거리였어요. 그런데 1년 만에 망하다니, 정말 단순 경영실적의 문제였을까요?” 소설은 이 같은 박 작가의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실제 역사 자료에는 카카듀에 누가 드나들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이 없지만 카카듀는 총독부 눈을 피해 나운규 등 예술가들의 숨 쉴 틈이자 현앨리스의 거사가 도모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소설에는 박 작가가 불러낸 구한말 청춘들이 겪는 시대의 아픔으로 가득하다. 주인공 이경손은 영화를 제작하며 팔도를 떠돌면서 근근이 생활을 꾸린다. 현앨리스는 독립운동가 목사의 딸로 태어나 서울에서 부산으로, 다시 하와이로 쫓겨 다니며 결혼과 이혼을 하고 스스로 독립운동에 투신한다. 각각의 인물들은 ‘진짜 예술’이 무엇인지 고뇌하고 나라 잃은 슬픔 속에서 각자 ‘올바른 길’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한다. 이런 시대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박 작가는 말했다. “구한말은 온갖 사람들이 정체를 숨긴 혼란스러운 시대죠. 카카듀라는 공간은 이 같은 구한말과 닮았어요. 어렴풋이 알고 있던 카카듀를 누가 운영했는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진면모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죠.”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 날’). 박 작가는 카카듀를 쓰며 이성복 시인의 시 한 구절을 되뇌었다.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구한말의 아픈 청춘을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다”는 그는 독자들에게 “책장을 넘길 때마다 카카듀에 중독되셨으면 좋겠어요. 이경손과 나운규가 그랬듯, 소설 속 인물들을 동료 삼아 시대의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라는 부탁의 말을 남겼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