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홍콩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한국은 여전히 “불허”

■비트코인 4번째 반감기 (上)

금융당국 “투기심리 자극할 우려”
민주당서 승인 공약… 허용될지 주목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데 이어, 홍콩 증권·규제 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불가’ 방침을 견지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ETF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돼 있지 않고,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주요 금융 공약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허용을 내세운 만큼 규제 완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과 거래에 대해 기존 ‘허용 불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그러나 금융위는 국내 금융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도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통화·일반상품·신용위험 등을 인정하고 있다. ETF는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하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가격을 추종하고 있어 기초자산 요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가 증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가상자산 ETF 거래를 허용할 경우 자본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배제할 수 없다”며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대책에도 정부는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나 지분투자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가상자산 규제 완화를 공약했던 민주당이 압승하면서 금융위도 기존 방침을 마냥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민주당은 22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금융위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