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안보수사국’ → 독자적 간첩수사 ‘안보수사본부’ 격상 검토

국수본 산하 안보 기능 분리해
독립적 조직구상 사업용역 발주

지난 4·10 총선에서 야권의 압도적 승리로 인해 여당이 공약으로 추진하던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복원’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경찰이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산하 안보수사국을 분리해 독자적인 간첩 수사 기능을 갖춘 ‘안보수사본부(안수본)’로 격상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수본은 전날 안수본의 설립 기반이 되는 ‘지속 가능한 안보수사 역량 발전방안 연구’ 관련 사업용역을 발주했다.

경찰청은 연구 용역을 의뢰하며 “국정원법 개정으로 경찰 안보수사 영역은 기존 국정원의 담당 분야까지 확대됐다”며 “안보수사본부 신설 등 미래지향적 안보수사 경찰의 조직상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국수본에 속한 안보 기능을 분리해 경찰청으로부터 수사·인사·예산 등 분야에서 일정 부분 독립적 권한을 갖춘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간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찰 내 안수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수십 년씩 걸리는 간첩 수사는 형사, 경제 등 일반 수사 분야와 결이 달라 국수본 산하에 같이 두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장기적인 간첩 수사를 담당하기 위해선 독립적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때도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경찰의 대공수사권을 강화하기 위한 안수본 신설이 추진됐지만 ‘공룡 경찰’ 등 권한 확대 우려 등이 제기돼 무산됐다. 현 정부에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져 안수본 신설 검토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경찰은 22대 국회에서 안수본 신설을 위한 경찰법 개정에 대해서도 여야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