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의사증원”… 새 의협회장 “죽을 각오로 저지”

‘강경파’ 임현택 회장 내일 취임
법률담당이사 2배로 늘려 대응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서 의대 증원에 뜻을 모으면서 정부의 의료개혁이 탄력을 받자 의사단체의 투쟁 수위도 한층 세질 것으로 보인다. 5월 1일 임현택 차기 회장이 등판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들의 불법행위를 방어하기 위해 법률 이사를 2배로 늘린 데 이어 의대 증원을 ‘죽을 각오’로 막겠다고 밝혔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임 회장이 공식 취임하면 의정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지난 28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의대 증원 백지화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은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증원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개혁안인 만큼 의사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에 걸린 상황이다. 최근 의사 사회에서는 강경론이 득세하면서 의대 교수들은 주 1회 휴진과 집단사직을 강행하고 있다. 법조계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의료법 등을 모두 위반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협은 새 집행부를 꾸리면서 2명이었던 변호사 출신 법제이사를 4명으로 늘렸다.

정부는 당장 의대 교수를 처벌하지 않겠다면서 대화에 방점을 두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의협은 대화를 원한다면 협의 없이 출범시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전날 “정부가 의료계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의료개혁특위를 폐지하고 의협이 원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공급자(의사) 단체와 수요자 단체, 전문가를 2 대 1 대 1로 배정하는 등 의료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것은 충분하게 구조적으로 마련됐다”며 “앞으로 구성될 전문위원회에도 의료계를 충분히 참여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개혁특위는 사회적 협의체인 만큼 의사단체들이 요구하는 의대 증원 숫자 조정 등을 논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의협은 오히려 정부를 상대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임 회장은 “교수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의협 내부에서는 새 집행부에 힘을 실으면서 임 회장을 중심으로 결집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