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국교수립’ 카드로 이스라엘에 휴전 압박

블링컨 “가자 고요함 필요” 강조
미·사우디 방위조약은 완성단계

이, 요구수위 낮춰 협상 일부진전

미국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 카드를 꺼내 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휴전을 압박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에도 진전이 있어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AF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리야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국교 수립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한 미·사우디 상호 방위조약이 거의 완성단계까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수립을 진전시키려면 2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며 “가자지구의 고요함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믿을 만한 경로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사우디 국교 수립을 언급한 것은 사우디와 외교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이스라엘을 겨냥한 휴전 압박으로 풀이된다. 또 사우디와 이스라엘 국교 수립 시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이 중동에서 고립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하마스에도 동시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 협상에 일부 진전이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그동안 최소 40명이던 인질 석방 요구 숫자를 33명으로 줄이는 등 협상 요구 수위를 낮췄다. 블링컨 장관은 해당 제안에 대해 “이스라엘로선 대단히 관대하다”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해당 협상안을 논의한 뒤 서면답변을 만들어 협상장에 복귀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AFP통신에 협상안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며 “이스라엘 쪽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나지 않는 한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에 불편함을 보이고 있는 것도 휴전협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날 액시오스는 두 명의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28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ICC 체포영장 발부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하며 영장 발부를 막는 것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처음 시작된 컬럼비아대에서는 이날 오후 2시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정학 조치를 취하겠다는 학교 측의 ‘최후통첩’에도 시위대가 자진 해산을 거부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시위는 유럽으로도 번지고 있다. 프랑스 명문 정치대학 시앙스포에 이어 소르본대에서도 이날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