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도 문제삼아… 의사들, 정부 무차별 고발전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 위해
불법행위 행정조치 유보중

정부가 집단 사직과 의료 현장 이탈로 국가공무원법과 의료법 등을 위반한 의사들을 상대로 행정처분을 보류한 반면 의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무차별 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의사 단체는 법적 작성 의무가 없는 의대 증원 관련 협의체 회의록도 문제 삼아 주무부처 장·차관을 고발하면서 사법당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 등은 전날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차관 등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정 전 대표 측이 문제 삼은 곳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교육부 산하 정원배정심사위원회다. 법정기구가 아닌 의료현안협의체는 회의록 작성 의무도 없고 복지부는 당시 의협 집행부와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교육부도 배정위가 법정 기구가 아닌 만큼 회의록이 의무기록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배정위)논의 결과를 정리한 기록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형태를 밝히지는 않았다. 법원의 명시적인 제출 요청도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재판부가 교육부에 배정위 회의록을 내라고 (명시적으로) 요청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최근 세종충남대 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이를 도운 복지부 공무원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앞서 정부가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등에게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의협은 복지부 장·차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촉구하면서 의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행정조치를 유보하고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사 집단이 자신들 주장을 알리고 사법당국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정부 정책을 맡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도경·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