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입주지연에 분양가 1억 상승… 전·월세 대출이자 떠안고 이사도 못 가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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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권호영 기자



■ 졸속 사전청약 어떤피해 있었나

文정부 도입 ‘부동산 포퓰리즘’
보상지연 등으로 본청약 미뤄져
당첨자들 다시 전·월세 전전
‘현실 동떨어진 제도’ 결국 퇴출


정부가 14일 시행 중단을 밝힌 공공분양주택 사전청약제도는 도입 때부터 무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많은 국민에게 ‘희망 고문’과 피해만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 때려잡기’에 나섰다가 시장 과열을 막지 못하자 주택 수요를 조기에 흡수하겠다면서 만든 ‘임시 방편용 졸속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문 정부 시절 도입된 제도이기는 했지만 윤석열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으로 공공분양주택 ‘뉴홈’ 분양에 사전청약을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사전청약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추정 분양가가 저렴한 데다 대상 지역이 대부분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이었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인기가 많았다. 예컨대 서울 동작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부지 사전청약 일반공급 경쟁률은 무려 645 대 1로 역대 공공분양 경쟁률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이와 유사한 사전예약제도가 도입돼 한때 시행되기도 했으나 가격 변동 유무에 따라 사전청약과 사전예약 제도 간 차이가 있다.

공공 사전청약을 처음 시작한 2021년 이후 99개 단지 5만2000가구 중에서 13개 단지는 본청약이 완료됐다. 그러나 남은 86개 단지 약 4만6000가구 중 얼마나 많은 가구의 본청약이 지연될지는 현재로서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사전청약을 받았는데도 본청약이 지연되는 이유는 많다. △보상 지연 △문화재 발굴 △지역주민 민원 제기 등이 ‘단골 메뉴’다. 사실 이런 이유로 본청약이나 건설이 지연될 가능성은 모든 건설 현장에서 상존하는 일이다. 사전청약을 받았지만 본청약이 늦어지면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전세대출을 받았던 이들은 추가 대출 이자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고, 전·월세 계약 시기를 맞춰 놓은 경우 추가 계약을 해야 하는 등 주거 계획이 틀어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본청약이 늦춰지면서 ‘분양가 상승 리스크’를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전청약 시점보다 본청약을 할 때 분양가가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정부도 공공부문 공사비를 현실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분양가 상승 폭은 과거보다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본청약이 1년 늦어진 성남신촌 A2 59㎡의 사전청약 시점의 추정 분양가는 6억8268만 원이었는데 확정 분양가는 6억9110만~7억8870만 원으로 최대 1억602만 원(15.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현실 속에서 굴러가지 않던 사전청약제도 시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재 주택 경기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사전청약 중단이 주택 시장에 당장 큰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전청약 중단을 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인식할 경우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청약이 중단되면 무주택자들의 주택구매심리가 확산하면서 시장에 공급 불안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사전청약과 같은 실행 불가능한 제도를 도입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 일이 재연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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