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도 부모 협박에 시달려… 오죽하면 위험수당 받겠어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도 가해 부모의 협박과 심지어 흉기 위협에 시달리고 있어요. 경찰관도 아닌 상담원이 월 20만 원의 위험수당을 받고 있는데 오죽하면 이런 수당까지 생겼을까요?”

경북 칠곡과 울산의 의붓딸 학대 사망사건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동보호기관도 상담업무에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을 느끼고 있어 아동학대 예방활동에 국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임윤영(40) 경북안동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14일 “이들 사건으로 아동보호기관의 조치에 대한 질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동보호기관 상담원들은 온갖 협박에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원들은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상담원 업무수행 지침에 따라 신고를 받고 72시간 이내, 응급상황 발생 시에는 12시간 이내에 집에 찾아가서 조사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상담에 나서면 가해 부모들은 상담원을 방 안에 가두고 흉기를 던져 위협하거나 할복해 자살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한다”고 말했다.

여자 상담원들이 가끔 성희롱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가해 부모가 아동보호기관을 찾아와 행패를 부릴 때도 많아 항상 출입문을 굳게 잠그고 일을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아동보호기관의 경우 상담원들은 2년도 채 근무하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여서 상담원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2011년 이들에게 월 20만 원의 위험수당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들은 2인 1조로 방문상담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 관장에 따르면 아동학대 관련 업무는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미흡하던 지난 2000년 초반 비정부기구(NGO)나 민간 사회복지재단을 중심으로 먼저 시행됐다.

정부는 이에 국비를 보조했고 이후 2007년쯤 지방이양사업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업무를 떠넘기고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서 지원토록 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종의 민간 위탁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임 관장은 “경찰은 가해 부모가 협박할 경우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아동보호기관 상담원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아무 권한이 없고 오히려 당하기 일쑤”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는 경찰과 공무원이 전담하고 피해 아동 보호와 치료 그리고 가해 부모 양육교육 등 이른바 사후 관리는 아동보호기관이 맡는 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