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80분 대기, 오늘은 휴진… 피가 마릅니다”

■ 의대교수 휴진에 환자들 발 동동

진료실 문닫고 응급환자 이송
환자들 “다른 곳 보낼까 불안”

세브란스병원 교수“20%안팎”
고려대의료원도 참여율 저조

주1회 휴진 확산 땐 대란 우려

“어제도 담당 교수님 진료 대기를 80분이나 했는데, 병원이 정상이 아닌 게 피부로 느껴지네요. 오늘은 교수들이 휴진한다니 저 같은 암환자들 입장에선 매일매일 피가 마릅니다.”

30일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서 환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이날 실제 휴진에 들어간 교수는 예상보다 적어 큰 혼란은 없었지만,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정례화되고 확산할 경우 의료대란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은 곳곳에서 휴진의 여파가 보였다. 중요 수술 전 관련 검사를 진행하는 수술전협진실 앞엔 ‘금일은 전체 휴진으로 외래 접수를 운영하지 않는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에 굳게 닫혀 있었다. 교수 휴진으로 수술이 줄어드니 수술전협진은 자연스럽게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급한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외래회송 상담실에는 오전부터 5명의 환자가 대기 중이었다. 췌장암 환자 박모(60) 씨는 “두 달째 이어지는 파업 때문에 괜한 스트레스를 받아 더 차도가 없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A(80) 씨도 “쭉 이곳에서 받아온 재활치료를 하루아침에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주요 병원의 휴진은 당초 우려했던 것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결재를 올리지 않은 채 휴진하거나 휴진이라고 올리고도 진료를 보고 계신 교수님이 많아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병원 운영에 지대한 영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며 “외래 진료나 수술이 잡힌 환자들에게 연락해 일정 조절을 마친 후 진행한 휴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예정된 외래 진료 등 40건을 미루고 휴진 중이라는 한 세브란스병원 교수도 “휴진 참여 교수는 20% 안팎이라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려대의료원도 이날 휴진에 들어갔지만 병원측은 “휴진에 동참한 교수가 소수여서 진료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총 38명의 의사가 집단 휴진에 나서면서, 노조 측은 “3000건에 가까운 환자의 검사, 수술, 진료가 변경 및 취소됐다”며 교수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지방에서는 경남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에 동참했다.

대형병원 교수들의 주 1회 휴진이 정례화되고, 다른 병원으로 확산하게 될 경우 추가적인 진료·수술 축소는 불가피하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날 휴진을 시작으로 주 1회 휴진안을 이르면 이번 주 내 결정할 방침이다. 다른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은 다음 달 3일 일반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추기로 예고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교수들은 환자에게 기다려달라, 이해해달라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해야 한다”며 “환자를 돌보겠다고 말만 하면서 정작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절망감이나 공포를 헤아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전수한·조율·김린아·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