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day>‘몸사리는’ 기업들… 정상활동까지 중단

‘시범케이스 피하자’ 분위기
미디어 상대 마케팅 사라져
“지나치게 엄격한 법해석 안돼”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영업 활동에 대한 ‘과잉해석’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회사 이름이 도마에 오르는 것 자체를 회피하는 움직임에다, 이른바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극도로 몸 사리기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업들은 김영란법 대상이 아니지만 쌍벌제 때문에 바짝 긴장하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축소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전자·유통업계의 통상적 마케팅 활동 계획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활동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29일 언론 공개로 시작하는 프랑스 파리모터쇼에 미디어를 동반해 출장을 가는 자동차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신차 출시 행사 방법도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차종일 경우 차량의 이미지를 위해 최고급 호텔을 신차 출시 장으로 선택하고,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은 오프로드 테스트 등 다양한 성능 테스트를 위해 1박 2일의 일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행사 때 제공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이 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차량 시승 행사도 미디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전문 블로거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자 업체들도 그동안 신제품 체험기 등 리뷰를 위해 미디어에 배포했던 각종 전자제품을 법 시행 전인 27일까지 모두 수거했다. 전자제품 리뷰도 블로거나 동호회의 몫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전자업계의 최대 행사로, 매년 1월에 열리는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내 기업들은 법에 발목이 잡혀 행사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네트워크는 확장성을 통해 다양한 유대와 산학협력으로 나타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며 “유대와 협력이 모두 ‘직무 관련성’이라는 한 단어로 묶이면 (김영란법은) 국민통제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부패 방지나 투명 사회 구현이라는 원칙과 상관없이 전문 기술, 아이디어, 서비스 영역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승배·최재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