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투기 강력비판… 정치보폭 넓히는 尹

“망국의 범죄… 수사해야”
언론 인터뷰 등 적극 행보
최근 김한길·정대철도 만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분간 대외 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과 달리, 부동산이라는 휘발성 강한 이슈를 고리로 곧바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등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정치권 인사와의 접촉면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7일과 8일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를 인멸하게 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선거를 의식해 얼버무려선 안 된다”며 “여든 야든 진영에 상관없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를 “망국의 범죄”라고 개탄했다.

윤 전 총장은 과거 비슷한 수사 사례를 들어 ‘친정’인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를 정조준해 정치적 휘발성을 키웠다. 사퇴하자마자 특정 진영과 접촉하거나 정치활동 계획을 내놓는 무리수를 피하고, 검찰총장직과 멀지 않은 현안을 선택해 정치권에 연착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보기에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 대표를 지낸 김한길 전 의원, 정대철 전 의원과도 최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당내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을 빚다가 2016년 1월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합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이후 제3 지대 세력화를 통해 야권 재편의 키를 쥐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안철수-김동연’ 등 3자 연대론도 제기되고 있다. 안 대표는 “(윤 전 총장은) 범야권이 아니겠나”라며 “정부·여당과 반민주세력에 대항해 국가를 살리는 데 무슨 쪼갤 게 있나. 다 같이 마음을 합쳐야 할 때”라고 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