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후 최장 무역적자… 투자 의욕마저 꺾였다

4월 무역수지 ‘-26.2억 달러’
14개월연속… 적자 폭은 줄어
올해 설비투자 2.6% 하락 전망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4월에도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 역시 14개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다. 국내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지난해보다 9.7% 감소한 162조8490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수출액은 496억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2% 줄었다. 4월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반도체 업황 부진·조업일수(1.0일) 감소 등 악재가 잇따랐고, 전년 동기 수출이 역대 4월 중 최고 실적(578억 달러)을 달성한 데 따른 ‘역기저 효과’로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로써 월간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기간 수출 감소다.

4월 수입액도 522억3000만 달러로 13.3% 빠졌지만, 대규모 수출액 감소로 4월 무역수지는 2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41%나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내리 마이너스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여파로 국내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있는 국내 상장사 282곳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62조849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80조2873억 원 대비 9.7% 감소한 수준이다. 실적 악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설비투자도 위축될 조짐이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220조9924억 원) 대비 2.6% 하락한 215조2074억 원으로 예측했다.

전세원·장병철·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