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시행 땐 병원 밖 출산 우려… ‘보호출산제’도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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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베이비박스’ 만든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아기도, 엄마도 모두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만난 이종락(사진) 목사는 정부의 출생 미신고 아동 전수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목사는 지난 2007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새벽, 굴비 상자에 담겨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맡겨진 이온유 양을 계기로 2009년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뒤 14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목사는 “아기가 베이비박스에서 보호받고 잘 자란 게 확인되면 엄마의 인생도 보호해야 한다”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갔다는 이유로 처벌하면, 베이비박스에마저 아기를 두고 가지 못하는 엄마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엄마들은 아기를 유기한 게 아니라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입양특례법으로 출생신고가 된 아기만 입양이 가능해지면서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모들이 늘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입양특례법 때문에 낙태, 병원 외 출산, 유기, 살인 사건뿐 아니라 불법으로 아기를 파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잘못된 법을 만들어두고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처벌 대상으로 여기는데, 아기뿐 아니라 엄마도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잊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가 ‘보호출산제(익명 출산제)’와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병원 밖 출산을 택하는 산모들이 늘어나 ‘불법 출산소’가 생길 수도 있다”며 “보호출산제가 함께 시행되면 아기에 대한 출생신고가 가능해 입양기관으로 가는 아기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두 법이 함께 ‘젓가락 두 개’처럼 시행돼야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는 아기들이 1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며 “더 이상 베이비박스의 문이 열리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친부의 양육 책임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이런 사건들에 엄마에게만 잘못을 묻느냐”며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제재를 현재보다 더 강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율·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