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경찰 안보수사국 파견, 1개 과 이상으로 확대”

최대 10명 안팎 늘릴 가능성
수사 직접개입에 갈등 우려도
대공수사권 복원은 지속 추진

국가정보원이 간첩 수사 경험을 보유한 요원을 포함해 과(課) 단위 조직을 경찰에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태용 국정원장 후보자가 최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을 강조하면서 경찰에 수사 요원을 과 단위로 파견해 수사력 미흡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직원이 경찰에 파견되는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상당수 파견될 경우 양 기관 간 단순 업무 협력 차원을 넘어 경찰의 대공 수사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국정원은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에 기존에 논의 중이던 국정원 파견 인원 2∼3명 수준에서 과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초 국정원은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그동안 수사해오던 사건이 경찰에 모두 이관되자 지난달부터 직원 파견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다. 국정원의 과 단위 파견 확대 구상은 조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을 강조한 이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 후보자는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같이 특수한 상황에선 국정원이 간첩을 더 잘 잡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1개 과는 4명으로 구성되는데, 최대 10명 안팎까지 경찰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수사권 복원도 계속 추진키로 했다. 당장 조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거듭된 질의에 “(대공수사권을 복원하려면) 법을 고쳐야 하므로 국정원장이 되면 법을 지키겠다”면서도 “우리같이 특수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쪽이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간첩 활동의 추세가 해외에서 접선이 이뤄지거나 사이버 수단을 통해 지령을 내리는 게 대세가 돼 버린 상황에서 해외 조직이 없고 사이버 대응 능력이 부족한 경찰 인력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견 인력을 늘려 경찰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수사권 복원을 위한 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국정원 자체의 간첩 수사 관련 전문성은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