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악재에… ‘HMM 재매각’ 해넘길 듯

홍해 사태 등에 운임 하락세
인수 후보자 찾기 어려워져

해양수산부가 HMM 재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매각 로드맵’ 재설계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후티 반군이 일으킨 홍해 사태로 인해 연초 치솟았던 해운 운임이 예상보다 빠르게 내림세로 돌아선 데다 선박 수급 불균형 등 글로벌 해운산업을 둘러싼 악재가 산적해 사실상 HMM 연내 재매각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885.74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고점이었던 2239.61(1월 19일)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5.8% 하락했다. 지난해 말 발생한 홍해 사태로 올 초 1896.65로 시작한 SCFI는 2월까지 2000대를 유지하다 최근 3주 연속 하락하며 다시 1800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해운 업황 부진이 예상된 가운데 홍해 사태는 예상치 못한 운임 상승을 이끌며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희망봉 우회 대응이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중국 춘제(春節·2월 10∼17일)가 끝나면서 해운 운임은 곧바로 조정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내놓은 HMM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 달 전 8305억 원에서 현재(10일 기준) 6002억 원으로 27.7% 떨어졌다.

해운업계의 최대 문제인 선박 수급 불균형과 다가올 11월 미국 대선도 HMM 새 주인 찾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율은 7.7%로 수요 증가율(3.2%)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글로벌 교역 여건과 관련해 코트라 무역투자연구센터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 및 주요국의 산업 통상정책이 크게 변화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홍해 사태 반사이익마저 사라진다면 자금 동원력이 뒷받침되는 인수 후보자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HMM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미 대선 결과까지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연내 재매각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