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물 순환 신기술로 도약”

적은 에너지로 물 정화하는
‘차세대 MBR’ 4개 특허 취득

건설업계가 주택시장 부진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고심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물을 활용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23일 반도체와 2차전지 등 물이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물 활용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공개된 환경부 ‘물 산업 통계조사’ 자료를 보면, 현재 국내 물 산업 시장 규모(매출액 기준)는 49조6902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시장 규모를 60조 원으로 키울 계획이다.

물 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물을 순환시켜 적재적소에 다시 활용하는 ‘물 재이용’ 기술 발전이다. 오염된 물은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천과 바다로 방류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고도의 하수·폐수처리 기술 ‘HANT’를 개발했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HANT는 3세대 하수처리 방식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HANT는 오염수 처리단계에 있는 반응조 내의 미생물을 고농도로 유지해 질소와 인 등의 제거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오염물질 99% 이상이 제거되며, 처리된 물은 비음용 생활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현대건설은 밝혔다.

현대건설은 더 나아가 최근 ‘차세대 MBR(Membrane Bioreactor)’도 개발했다. 차세대 MBR은 HANT보다 적은 에너지로 더 깨끗하게 물을 정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기술 인증(환경신기술 인증 552호)과 신기술 검증(환경신기술 검증 228호), 4개의 특허까지 취득했다.

현대건설은 세계적으로 해수 담수화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주처리 과정에서 역삼투법 기술을 활용해 고순도의 공업용수를 생산할 수 있는 역삼투압(RO)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RO는 바닷물에 압력을 가한 뒤 수처리 여과막(RO필터)을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데, 발전 담수시설 중 에너지 소비가 가장 낮다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미르파 담수 복합발전소에 1600㎿급 발전 설비와 RO 기술을 적용해 하루에 담수 2억3800만ℓ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지난 2017년 준공했다. 수도 아부다비 전기와 식수량의 약 10%를 책임지는 규모다. 카타르 라스라판 C 복합발전소도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천연가스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바닷물을 이용해 생활용수로 만드는 담수발전 플랜트다. 이곳에서 매일 생산되는 물은 2억8640만ℓ 규모로, 카타르 인구 절반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물을 무한히 재사용할 수 있는 물 순환 체계 전반의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