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대학별 인원배정’ 정부 근거가 핵심

재판부, 2000명 자료제출 요구
‘원고 부적격’ 판단 바뀔지 주목

법원이 이달 중순 전후로 내릴 예정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결정 과정에서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기로 한 정부의 근거 자료 등 정책 전반의 과학적 근거를 함께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의대 교수·의대생 등은 원고 적격이 없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결정이 달라질지도 주목된다.

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구회근)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결정에 대한 근거 자료 등을 정부 측 소송대리인에게 요청했다. 정부는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 등에서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해당 보고서에는 2035년까지 국내 의사가 1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특히 전체 2000명 숫자뿐 아니라 대학별 정원 배분 기준도 적절했는지 살피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재판부는 “정부의 배정이 각 대학의 인적 내지는 물적 조사를 한 뒤에 나온 것이냐”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또 “충북대 의대의 경우 기존 49명에서 151명이 증원된다”며 “해당 인원을 배정하는 데 로스쿨처럼 대학별로 상세히 조사가 이뤄진 뒤에 배정이 이뤄진 거냐”고 물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전공의들이 주장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에 대한 정부 측 입장도 질문했다. 재판부는 “학습권 침해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예산은 충분한지 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의대생 등은 헌법재판소 결정례 등을 근거로 “동등한 교육시설 참여 기회 자체를 실질적으로 봉쇄하거나 형해화하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원고 적격 쟁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의대 증원 관련 직접 당사자는 각 대학 총장이라고 보고 전공의 및 의대 교수 등이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라며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그러나 항고심 재판부는 “정원이 늘면 직접 당사자인 대학 총장이 법적 다툼을 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그런 경우에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경우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