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3만명 시대>脫北대학생 3명중 1명 영어 장벽에 휴학·자퇴

탈북 대학생 3명 중 1명은 어렵게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높은 영어 장벽에 가로막혀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기초 학력 부족이 탈북 학생들의 대학 생활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만큼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월 발행한 ‘북한경제 리뷰 8월호’에 실린 ‘탈북대학생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10명 중 3명꼴로 ‘영어 공부’ 때문에 휴학이나 자퇴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 대학생들이 휴학 및 자퇴를 택하는 이유로 ‘영어 공부를 하고 다시 학교에 돌아오기 위해’(3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28.6%), ‘수업 내용을 따라갈 수 없어’(12.2%) 등이 뒤를 이었다. 자퇴 및 제적을 경험하지 않은 탈북 대학생들의 중도 포기 고려 이유도 ‘영어 장벽’‘수업 내용 장벽’ 등이 각각 33.3%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탈북 대학생들의 공인 영어능력시험 점수는 실제 전체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4년 8월 사회복지법인 ‘함께하는 재단 탈북민취업지원센터’가 전국 26개 대학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 1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76명(74.5%)이 공인 영어능력시험 점수가 없다고 답했다. 또 시험을 본 나머지 26명의 점수도 토익 기준으로 평균 658점에 불과했다. 토익 점수가 900점 이상인 학생은 한 명도 없었고, 800점대는 단 2명이었다.

김부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탈북 대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매우 낮으므로 기초적인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남한 대학생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혼합 집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남한 학생들이 멘토 등으로 함께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