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봉투 건네고 시치미 뗀 조합장...“지폐에 묻은 DNA는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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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시켜 돈 건네고 모르쇠
공소시효 1주일 앞두고 덜미

금품선거 혐의로 수사를 받던 협동조합 조합장이 5만 원권 지폐에 묻은 DNA 때문에 공소시효 만료 직전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1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검 밀양지청(지청장 허훈)은 조합장 A 씨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8일 구속 기소했다. A 씨는 지난 3월 8일 치러진 제3회 농협·축협·산림조합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지인 B 씨를 통해 유권자인 조합원 C 씨에게 돈봉투 1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B 씨는 C 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6월 B 씨만 불구속 송치하고, A 씨는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B 씨는 “(C 씨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A 씨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검 과학수사부는 공소시효 완료를 1주일 앞두고 돈봉투에 든 5만 원권 일부에서 A 씨의 DNA를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B 씨를 추궁했고, 일부 자백을 받아 A·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묻힐 수도 있었던 사건을 끈질긴 과학수사를 통해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조합장 선거 사범 수사를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배제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9월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시행으로 조합장 선거는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수완박법’ 시행 후 처음 치러진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공소시효 만료 30일을 앞두고 경찰이 무더기로 사건을 넘기면서 검찰은 사건 처리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에 불과한 선거사범 공소시효 특례를 폐지하거나, 공소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강한·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