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의사구인 별따기’… 공공의료원 23곳 37개과 강제휴진중

연봉 3억에도 9번 공고끝 구인
“지방 갈수록 인력부족 심각해”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안동=박천학 기자, 전국종합

정부가 의사 단체들의 반대에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굳힌 것은 근무환경이 열악한 지방의 의사 부족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지방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많아 의료 수요가 많은 지방 군 단위 의료원에선 수억 원의 연봉을 내걸고도 의사를 모집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보건의료원이 3억6000만 원의 연봉을 내걸고도 지원자가 없어 5차례 공고 끝에 내과 전문의를 간신히 구했다.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연봉 3억 원을 내걸고 9차례 공고를 낸 뒤에야 정형외과·가정의학과 의사를 확보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지자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중 23곳에서 37개 과목이 휴진 중이다. 군 단위에서는 산부인과가 없어 인접 도시로 산모가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으로 갈수록 필수의료 과목의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의 의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지방으로 갈수록 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지방의 의료 공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권 학생이 지역 의대를 졸업한 후 다시 올라가는 현상을 막고,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북과 전남 등 지자체와 지방대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는 지난달 9일에 이어 지난 4일 2차례에 걸쳐 시민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옛 안동역 부지 등에서 ‘국립의과대학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다. 안동시 관계자는 “경북은 인구 1000명당 전체 의사 수가 1.39명으로 전국 평균(2.18명)에 미치지 못하고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로 세종시를 제외하고 최하위”라며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은 국립의대 설립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것은 세부적으로 의대 신설도 포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남에 국립 의대가 신설되도록 지역사회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전남도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의대 신설’ 여론을 강력하게 표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충북도는 충북대 의대 정원 확대(49명→150명 이상)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카이스트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50명) 신설, 국립대 치과대학(70명) 설립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