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참사 1주기>복구는 됐지만, 상처 여전 추모사업 싸고 진통 계속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가 18일로 1주기를 맞지만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큰 충격과 함께 슬픔을 안겨줬던 대참사 이후 1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하루평균 이용객이 14만명에 이르는 대구지하철은 표면적으로는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참사 이후 현장보존과 지하철 안전확보 문제를 둘러싼 유족·시민단체와 당국의 갈등으로 복구가 지연됐던 중앙로역은 지난해 연말 재개통됐고 안전시설도 대폭 보강됐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많지만 전국 최초로 승강장 입구에 수막 차단벽을 설치해 화재시 방사열을 줄이고 가스나 연기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정전시 4시간 이상 발광하는 야광 타일도 설치했다.

화재 발생시 대피안내 방송이 자동으로 나오도록 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192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는 법적 보상을 제외하고 특별위로금 지급, 추모사업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법적 보상금은 사망자들의 경우 1인당 최저 1억원에서 최고 6억6000여만원까지 모두 464억4000여만원이 지급됐다. 부상자는 1인당 최저 600만원에서 최고 3억4000여만원까지 모두 130억2000여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국민 성금(668억원)으로 지급하는 특별위로금 문제가 완전한 해결되지 않았다. 위로금 지급 후 남게 될 잔액 처리를 놓고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들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게 될 130억원 가량의 국민 성금의 사용처도 확정되지 않았다. 일부 부상자들은 국민 성금 잔액 모두를 희생자 추모사업에 사용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희생자 유족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추모사업 논의가 자꾸 미뤄지고 있다.

대구시측은 현재 수성구 삼덕동에 추모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수립 등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묘역 조성을 반대하고 있고 부지 매입 문제도 진통을 겪고 있다.

더욱이 희생자 대책위와 별도로 구성된 2·18 유족회측은 “주민 반발로 삼덕동 부지 선정이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경북 칠곡군에 있는 현대공원에 추모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안전교육관 문제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가 있지만 추모공원 조성 문제가 해결돼야만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로역 현장에 참사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는 추모벽 조성 문제도 벽에 부닥쳐 있다.

현재 역 개찰구 한 쪽 30여ｍ가 ‘추모벽’ 조성을 위해 보존돼 있으나 구체적인 조성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상당기간 칸막이 신세를 져야 할 형편이다.

희생자 유족들은 시민들이 참사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도록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측은 미관과 시민 정서 등을 고려해 내심 다른 형태의 사업 추진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상당수 부상자들은 “참사 당시의 충격으로 아직도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데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추모벽을 보며 끔찍한 기억을 떠 올려야 하느냐”며 추모벽 조성을 반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위령탑 건립, 추모 복지재단 설립 문제 등 추모 관련 사업들이 대구시와 유족, 부상자들간의 논의와 합의를 기다리며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참사 발생 1주기를 맞은 만큼 희생자 유족이나 부상자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한강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