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생이 읽는 1998년作’… 시대와 세대 꿰뚫은 ‘여성 공감’
‘1998년생이 읽는 1998년作’… 시대와 세대 꿰뚫은 ‘여성 공감’ ‘1998년생이 보는 1998년 작 소설.’ 서점가 ‘역주행 신화’가 된 양귀자(사진) 작가의 ‘모순’(쓰다)에 붙는 수식어다. 양 작가의 대표작으로, 출간 당시에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모순’은 26년 만인 최근 다시 종합판매 10위 안에 들었다. 소설 분야에선 1위. 광고나 인터뷰 기사도 없이 지난 5년간 꾸준히 상승하더니, 이제는 안정적으로 순위 상단을 지키는 스테디셀러가 됐다. 흥미로운 건 이 ‘옛’ 소설의 흥행을 2030 여성들이 이끌고 있다는 점. 업계에선 문학 시장 주 소비층인 이들이 여성주의 소설에 관심과 관여가 높고, 그 영향이 여성의 삶을 다룬 소설 ‘모순’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1998년의 20대 여성과 1998년생 20대 여성의 만남… 전체 구매자 61%가 2030 여성 = 쌍둥이로 태어나 가난한 삶을 억척스럽게 꾸려나가는 엄마, 그런 엄마와 달리 부유한 남성과 결혼해 우아한 삶을 누리는 이모. ‘모순’은 주인공 ‘안진진’이 부유한 나영규와 가난한 김장우의 구혼 앞에 고민하는 모습을 그린다. 외환 위기가 몰아닥쳐 그 어느 때보다 물질과 행복의 인과관계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던 1998년 시대 상황과 주인공의 모순적 선택이 겹쳐져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이 작품에 대해 “역주행이라고 하나 본래부터 탁월한 글솜씨를 보여줬던 수작”이라고 말했다. 스테디셀러로서 ‘모순’이 가진 저력을 강조한 말이다. 문학평론가 김형중 조선대 교수도 “모순이라는 감정은 인간의 보편적 주제라 시대를 관통한다”면서 “문체도 훌륭하지만 대립되는 인물과 성격을 이해하기 쉬운 구도로 풀어내 읽기 쉬운 것이 큰 강점”이라고 작품을 평가했다. 책을 구매한 10명 중 6명은 소설 속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인 2030 여성들이다. 문화일보 의뢰로 교보문고에서 조사한 ‘모순’의 5년간 판매 추이에 따르면, 전체 구매 독자의 약 80%가 여성이다. 특히, 35%가 20대 여성, 26%가 30대 여성으로, 2030 여성이 전체 구매자의 61%에 달했다. 1998년 작가에 의해 창조된 20대 여성 안진진을 1998년에 태어난 지금의 ‘안진진’들이 만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장면은 대학 도서관 대출 순위에서도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실제 서울 소재 한 여자대학의 최근 두 달 도서 대출 순위에서도 ‘모순’은 종합 6위(1998년 초판과 2013년 개정판 대출 횟수 합산)를 기록했다. 장 평론가는 “무엇보다 교과서 수록 작품(‘원미동 사람들’)의 작가라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에게도 친숙하고, 여러 독서 모임에서 자주 함께 읽는 책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그 인기를 분석했다. ◇‘82년생 김지영’발 페미니즘 열풍… 인기 북튜버 ‘인생 책’ 영향도 = 국내서만 130만 부가 넘게 팔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 촉발한 페미니즘 소설 열풍도 인기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혼’을 둘러싼 여성의 심리와 현실을 포착한 작품이 시간을 뚫고 세대를 건너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순’의 역주행이 본격화한 시점은 2020년. 2019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 해외에서까지 주목받으며 ‘문학 한류’의 흐름을 주도한 때와 겹쳐진다. ‘모순’은 2020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안으로 들어왔으며, 2021년 리커버판을 선보이며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 이 시기 국내 문학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소설을 보면,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상 문학동네) 등 주로 ‘여성의 선택’을 둘러싼 크고 작은 질곡의 풍경을 펼쳐 놓는 작품들이 대다수다. 김 교수는 ‘모순’에 대해 “‘어차피 삶은 모순이니까 삶을 긍정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어’와 같은 위안을 주기에 20∼30대 여성 독자들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비판적 읽기’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민중문학이나 남성 서사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여성의 욕망, 현실을 이야기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서 양 작가가 그 역할을 했지만, 지금처럼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문단을 생각하면 한계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인기 ‘북튜버’(책 소개 유튜버)들과 연예인들의 독서 인증도 ‘모순 현상’에 한몫했다. K-팝 아이돌 스트레이키즈의 현진이 라이브 방송 중 이 소설을 읽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고, 문학출판사 편집자이기도 한 북튜버 ‘편집자 k’가 ‘인생 소설’로 이 작품을 꼽은 영상은 조회 수 18만 회를 넘겼다. ‘모순’은 다시 한 번 입소문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중. 20일 기준 교보문고 집계 소설 1위, 종합 순위 9위를 달리고 있으며,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알라딘에서도 각각 소설 분야 5위와 17위에 올라있다. 양 작가의 다른 작품도 상승 중이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1992)은 교보문고 소설 16위, ‘희망’(1990)과 ‘천년의 사랑’(1995)이 각각 75위와 97위에 자리해 있다. 장상민·박동미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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