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기자의 영화감]아우슈비츠 옆 ‘낙원’ 당신이라고 이들과 달랐을까… ‘존 오브 인터레스트’

  • 문화일보
  • 입력 2024-06-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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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아닌 담 너머 나치 가족의 집을 관찰한다. 평화로운 일상이지만, 귀에 들어오는 건 건너편의 절규다. 찬란 제공



매주 영화는 개봉하고, 관객들은 영화관에 갈지 고민합니다. 정보는 쏟아지는데, 어떤 얘길 믿을지 막막한 세상에서 영화 담당 기자가 살포시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립니다. ‘그 영화 보러 가, 말아’란 고민에 시사회에서 먼저 감 잡은 기자가 ‘감’ ‘안 감’으로 답을 제안해봅니다.

(17)‘존 오브 인터레스트’

유대인 수용소 학살 배경으로
나치부부 평화로운 일상 대비
소리로만 비극 전달해 더 섬뜩


“그이는 내가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래요.”(아내 헤트비히가 엄마에게 자랑하며) / “우리 이름을 딴 작전명을 꼭 들려주고 싶었어.”(남편 루돌프가 새벽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하며)

인류사 최악의 비극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 맞은편엔 수용소 소장이었던 루돌프 회스의 가족이 살았다. 남편 루돌프(크리스티안 프리델)는 가족에게 한없이 자상한 아빠다. 주말에 물놀이 가고, 밤마다 자녀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동시에 그는 유대인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자나 깨나 고민한다.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는 아름답게 정원을 가꾸며 아이들을 키우는 살림꾼이다. 동시에 그녀는 못마땅한 유대인 하녀에게 “너 같은 건 재도 못 남아”라고 윽박지른다.

5일 개봉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너선 글레이저)는 아우슈비츠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비극을 다루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우슈비츠와 담 하나 사이로 부부가 일궈낸 ‘낙원’과 이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흡사 ‘이 부부가 사는 법’이란 리얼리티쇼 같다. 결국 나치의 최대한 악랄하고 나쁜 모습, 유대인의 최대한 불쌍한 모습을 보여주고야 마는 다른 홀로코스트 영화들과 결정적 차이다.

보통이라면 악인의 악행을 ‘목격’시킨다. 그런데 감독은 집 곳곳에 여러 대의 카메라를 고정 배치하고 ‘관찰’했다. 배우들은 카메라의 위치를 모른 채 연기했고, 곳곳의 카메라가 동시에 이를 찍었다. 헤트비히가 모피를 입고 거울을 보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관찰 예능이었다면 “왜 저래, 깔깔”이란 반응이 자연스러운 장면이지만, 실은 끔찍한 순간이다. 그 모피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어떤 유대인 여성이 입던옷이었을 테니까.

영화에서 관객을 섬뜩하게 하는 건 이미지가 아닌 사운드다. 2분 남짓 검은 화면만 나왔던 오프닝이나 하얗고, 빨갛고, 검은 화면에 비명과 절규 소리만 들리는 인터미션에선 귀를 막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절규의 공간으로의 초대이자 역사적 비극에 숙고할 기회다. 2022년 파리 폭동의 비명·고함, 기차·총소리 등 1년간 전 세계에서 수집한 고통의 소리를 활용했다.

가해자인 회스 가족을 건조하게 관찰한 이유는 뭘까. 남편에게 전출 명령이 떨어지자, 아내는 “당신만 가. 여기가 우리 보금자리야”라고 한다. 자녀 교육 때문에 생이별하는 기러기 가족이 떠오르지 않는가. 보통의 사람이 할 법한 행동들을 보여주며 같은 상황이라면 관객 너희도 이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비로소 밀려드는 아픔과 괴로움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이자 관객으로서 최선의 반응이다. 너무 일방적으로 윤리적 반응을 강요하는 듯하지만, 그것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완벽에 가깝다.

남편 루돌프가 말한 ‘회스 작전’은 무엇일까. 빠른 시간에 많이 유대인을 죽인 성과를 인정받아 아우슈비츠로 돌아온 루돌프는 ‘회스 작전’을 실시해 43만 명의 헝가리 출신 유대인들을 아우슈비츠로 보냈고, 한동안 매일 1만 명의 유대인이 가스실에서 죽었다. 그가 잠든 아내를 깨워가며 자랑했던 일은 구역질 나도록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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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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