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길>“빠른 변화 두려워 않는 것이 한국인의 경쟁력”

  • 문화일보
  • 입력 2006-06-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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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존스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장은 한국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외국인중 한명이다. 또한 30여년간 한국에 살면서 외국기업들의 인수합병(M&A)에 관여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재계에서는 웬만한 대기업 총수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영어마을 원장을 맡아 한국 학생들의 영어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12일 오후 경기도 파주 영어마을에서 만나 보았다.

―5박6일 동안 영어마을에 머무르는 것이 영어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되겠느냐며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어마을은 영어를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제공합니다. 첫째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200 내지 300개 단어면 됩니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훨씬 더 많은 단어를 알지만 외국인을 만나면 두려움부터 갖습니다. 둘째, 많지 않은 단어로도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합니다.

또 일상생활을 통해 영어를 배우는 것이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것과 배워야만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합니다. 5박6일간 교육을 받고 나가는 중학교 2학년생들의 자신감 있는 표정과 막 입소하는 학생들의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번갈아 보면 이런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국이나 영어마을에서 일하는 외국인들도 원장님과 같은 평가를 하고 있나요.

“ABC 등 미국의 주요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등 신문,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유명 언론들이 영어마을을 다녀갔는데 비영어권 교육 기관 중에서 가장 창의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고 하더군요. 영어마을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체험, 놀이가 조합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아이들에게 부담감을 없애고 즐겁게 체험하면서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인으로서 한국말을 아주 잘 하시는데 어떻게 배웠습니까. 역으로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요.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한국어를 배울 때 매일 10문장씩 외우고 만나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다 보니 혹시나 틀릴까봐 두려워 하는데 이것만 극복하더라도 큰 도움이 됩니다.”

―미국 변호사로서 로펌의 인수합병 전문가, 그리고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시는 등 주로 상공계에서 활동 하셨는데 영어마을 원장을 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대중 정부시절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제를 검토하면서 싱가포르나 홍콩, 상하이 등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을 조사 해봤습니다. 한국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다섯 가지 개선사항이 나왔는데 네 가지는 규제 철폐와 관련된 것이고 가장 우선적인 문제가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다국적기업 본사가 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데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손학규 경기도지사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의 공약이 영어마을 만드는 것인데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한국에 사신 지 30년이 훌쩍 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한국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 귀화하라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까.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러나 내가 미국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면 (한국을 위해) 미국이나 미국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고 효과도 떨어질 것입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한·미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노무현 정부가 반미정책을 편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노 대통령이 반미주의자라면 한·미 FTA 협상을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겠죠. 워싱턴에 가보면 오히려 서울에서의 평가와 다른 점이 많아요. 저는 워싱턴 사람들로부터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사이가 매우 좋다는 뜻밖의 얘기도 자주 듣습니다. 오히려 한국 국민들이 너무 미국의 요구대로 따라가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탈북자 문제 등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불협화음이 확연히 느껴지는 것 같은데요.

“북한 문제는 사실 한·미 두 나라 모두에 골치거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강격책을 쓰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내 공화당 인사들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원과 규제라는 두 가지 정책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거든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좌파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지요.

“부동산이나 세금 정책을 두고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고 저도 어느 정도 느끼는 바지만 큰 틀에서는 시장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봅니다. 특히 모든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치자금 문제를 해결해서 투명성을 강화한 점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현재 지지율이 낮아 국민들을 설득할 힘이 없어지고 이로 인해 정책이나 시장의 혼란이 생기지나 않을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한국에 살면서 느낀 한국인의 좋은 점과 버려야 될 나쁜 점을 말씀해주시죠.

“순하고 착하다는 점이죠. 근본적으로 평화적입니다. 월드컵 응원하는 것 보십시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아무 문제 없지 않습니까. 저 같은 외국인이 밤늦게 어디를 가도 안전한 곳이 지구상에 몇 나라 되지 않습니다. 반면 셈이 부정확하고 불투명해요.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구속하고 욕하지만 막상 자기들, 중소기업이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회계하고 세금 냅니까?

그리고 배 고픈 것은 참아도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처럼 누가 성공하면 항상 죽이려고 합니다. 누가 돈을 좀 벌면 부정하거나 뇌물 줘서 그런 것이라고 쉽게 규정합니다. 옆집 아들이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면 자기들도 좋아해야지 왜 배가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한국에는 영웅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에 출판한 ‘나는 한국인이 두렵다’라는 책에서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셨던데요.

“한국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형 가전제품도 한국에서는 1~2년만 지나면 골동품이 됩니다. 아무리 여건이 좋은 기업에 근무해도 교육 기회나 자기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는 한국인들을 많이 봤습니다. 빠른 변화와 정보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따뜻한 정이 있고 자기 개발과 변화에 적응하는 한국인들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정치인들과도 교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차기 한국 대통령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대통령감으로 거론되는 사람들을 놓고 보면 계속해서 한국을 발전시킬 사람과 안정적으로 관리할 사람 중 어떤 사람이 필요할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은 좀더 앞으로 전진하고 발전해야 하는 나라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13일 한국과 토고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는데요. 토고전은 누구와 응원하실 계획입니까. 좋아하는 한국 축구 선수는 누구죠.

“2002년에는 신이 나서 친구들과 지방 경기장까지 다니며 응원했는데 이번에는 집사람하고 친구들과 동네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며 볼까 생각중입니다. 대표팀 선수 중에는 이영표 선수를 보면 기특해요. 조그만 체구지만 빠르고 몸집이 큰 외국 선수들한테 안 밀리잖아요. 그리고 박지성 선수입니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때 보여준 ‘가슴으로 받고 무릎으로 치고 왼발로 때려 넣던’ 그 장면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까요.

“토고전에 달렸다고 봐야겠죠?”

인터뷰=이상호 전국부장 soo-lj@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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