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계 거물들 “한국 금융시장 잡아라”

미국 재계의 거물들이 줄줄이 방한하고 있다.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특히 금융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난히 많다. 19번째를 맞는 올해 한·미재계회의 참석수자도 예년의 40명 안팎보다 20명 가까이 늘어난 59명이나 된다. 최근 1차회담을 마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 경제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누가 오나 = 한·미재계회의 미측 위원장인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과 부위원장인 스티브 밴 앤델 알티코 회장, 스탠리 게일 게일인터내셔널 회장, 휴 스티븐스 타임워너 수석부사장 등 지난해 참석했던 인물들이 올해도 여전히 서울을 찾았다. 이번 미국측 참석자 59명의 명단을 훑어보면 예년에 비해 금융업계 CEO들의 이름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 로버트 클라이드 AIG 한국·일본지역 총괄 사장, 린든 맥멀린 뉴욕생명보험 사장, 그레그 오터슨 ACE보험 회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 상무는 “미국 금융계에서는 한국사회가 급속히 노령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융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 자본들이 한국에서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으나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아주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인사 이외에도 앨런 터리 페덱스익스프레스 부회장(아시아·태평양 담당), 제약업계에서는 마조리 시어링 파이자 부회장(일본·아시아·남미지역 홍보담당)등이 한국을 찾았다.

◆ 왜 오나 = 올해 한·미재계회의는 과거 어느때보다 양국간에 첨예한 관심사안들이 줄줄이 널려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한·미 정치경제 현황 및 전망 ▲한·미 FTA 협상과 대응과제 ▲미국의 비자정책과 한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 등을 둘러싸고 양국 재계의 입장 조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FTA 2차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사전조율’의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계 인사들은 또 중국과 일본이라는 세계 최고의 시장들 한 가운데 위치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주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경원 상무는 “한국은 제일 싼 물건을 파는 중국과 제일 비싼 물건을 파는 일본, 두가지 물건 모두를 파는 한국 등 3개 시장의 입·출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미국기업들은 한국시장뿐 아니라 동북아의 3개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써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측은 위원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과 남덕우 산학협동재단 이사장(전 부총리),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현홍주 김&장 고문(전 주미 대사),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등이 참석한다. 정부측 참석자로는 한덕수 부총리,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이태식 주미대사 등 주요 인사들이다.

박상주기자 sj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