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말 폭탄’ 파문>“민주당 찍으면 한나라 돕는 꼴” 盧발언 탄핵 도화선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는 ‘말’들이 씨가 됐다.

지난 2003년 12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공명선거 협조를 요청했다. 선관위는 노 대통령의 발언 중 ▲(경남도 지역발전 예산 5조원 확보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해치운 것(11월27일) ▲시민혁명이 계속되고 있다(12월 19일)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12월 24일) 등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2004년 1월 5일 “대통령의 총선 개입은 공무원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위반으로 탄핵사유”라고 공세에 나섰다. 이어 17대 총선때 재신임 투표를 같이 실시하려 한다는 청와대 관계자 발언이 보도되면서 야당이 발끈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여 2월18일 경기·인천 지역 언론과의 회견에서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면 그 뒤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말한데 이어 2월 24일에는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고 결국 선관위로부터 선거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3월 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136명)를 넘는 159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에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안은 발의 후 72시간내 재적의원(271명)의 3분의 2(181명) 이상 찬성하면 가결돼 대통령 권한이 즉시 정지되도록 규정돼 있는데 탄핵소추안은 12일 195명 투표에 193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헌법재판소는 곧바로 주선회 재판관을 주심으로 선정, 180일 시한의 탄핵심판 절차에 착수했다. 헌재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탄핵 사태는 ‘법적 재신임’보다 ‘정치적 재신임’으로 사실상 결말이 났다. 4월15일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의석을 확보한 것.

5월 14일 윤영철 헌재 소장은 노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인용 3명, 기각 5명, 각하 1명으로 탄핵안이 기각됐다고 밝혔다. 64일간의 업무정지 기간을 끝낸 노 대통령은 “이번처럼 각별히 절제했던 자세를 가져가면 더 큰 일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제도는 1988년 당시 국민투표를 두려워 한 집권 민정당이 만들었다. 이때문에 다시 국민투표로 바꿔야 한다는 헌법 개정 논란도 이어졌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