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핑’ 파격 불구 평범한 전개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와 호텔 직원 민재(박용우)는 결혼 생활 3년차에 접어든 부부. 시들하다. 건설사 후계자 영준(이동건)과 조명 디자이너 소여(한채영)는 집안에서 맺어준 부부로 밖에서 보기에는 완벽하다. 이 커플은 원래 정이 없었단다. 영준의 패션 컨설팅을 맡게 된 유나는 거만하고 차가운 영준에게 쓴소리를 하다 정이 들고 홍콩 출장 중 만난 소여와 민재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접근,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감독 정윤수·15일 개봉)의 전개는 제목만큼 직설적이다.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하는 상대와 살고 있는 두 여자, 두 남자는 각각의 상대에 흥미를 느끼고 이런 저런 해프닝 끝에 짝을 바꾸게 된다. 결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와핑’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두 커플은 각각 헤어지고 얼마 후 지인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싱글의 ‘자격’으로 한곳에 모인다. 영화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사랑을 시사하며 마무리된다.

영화는 화려하다.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과 명품 의상, 공들인 화면, 연애걸기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 수위를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베드신. 로맨틱 코미디에서 기대되는 기본 요소들을 갖췄다.

그러나 영화는 결혼과 사랑에 색다른 시선을 더하지 않는다. 섹시 코드에 스와핑 등 파격으로 도발하는 영화의 본질이 이처럼 순진무구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할 정도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다면’, 당신의 결혼 생활에 별다른 문제 없을 것이라는 진단. 함께 못 살겠다는 부부를 앞에 두고 ‘(둘 다 문제가 있으니 생각해보고) 4주 후에 다시 보자’는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의 진단만큼이나 고루하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