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미학’ 시네마 노보를 만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19~25일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제 2회 브라질 영화제를 연다. 쿠바 혁명의 여파로 시작된 ‘시네마 노보(Cinema Novo)’ 대표 감독 작품 6편을 모았다. 6편 모두 한글과 영문 자막이 제공되며 자세한 상영 시간은 홈페이지(cafe.naver.com/seoulartcinem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로우버 로샤의 ‘빈곤의 미학’으로 표상되는 시네마 노보는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 등이 주창한 ‘제 3 영화론’과 함께 제 3세계 민족해방문화운동에 영향을 미쳤으며 서구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968년 이후 군부독재 강화 등으로 운동은 힘을 잃어갔지만 브라질 고유의 음악, 토속 신앙 등을 접목해 독창적인 영화 언어를 탐색하는 시네마 노보의 정신은 현재의 브라질 영화로 이어지고 있다.

첫날 선보이는 ‘산타 바바라의 맹세(O Pagador de Promessas·1962)’는 성녀에게 전 재산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십자가를 봉헌하겠다는 맹세를 한 젊은 부부가 주인공. 둘은 맹세를 지키려고 성당까지 힘들게 걸어가지만 신부는 “이교도적인 우상 숭배”라며 부부를 질타한다.

1950년대 브라질 인기 배우이기도 했던 안셀무 두아르테 감독은 이 영화로 1962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시네마 노보의 주역인 글로우버 로샤 감독의 대표작 ‘검은 신, 하얀 악마(Deus e o diablo na terra de sol·1964)’는 브라질 북동부 사막 지대인 세르타우의 농부들이 봉기하는 과정을 담았다.

같은 감독의 ‘고뇌하는 땅(Terra em transe·1967)’은 가상의 국가 엘도라도를 무대로 전개되는 정치 영화의 걸작. 로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민주의적 좌파와 파시스트적 우파가 모두 실패하게 된 과정을 정교하게 파헤친다. 로게리오 칸젤라 감독의‘레드 라이트 밴디트(O bandido de luz vermelha·1968)는 현대판 로빈후드 이야기.

정체 불명의 도둑이 연일 상파울로의 고급 주택가를 턴다. 언론은 붉은 등을 갖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긴 얘기를 나누는 등 대담한 행동을 하는 이 도둑에게 ‘레드 라이트 밴디트’라는 별명을 붙인다. 저명한 비평가였던 칸젤라 감독이 처음 만든 극영화.

‘‘사랑의 갈구(Fome de Amor·1968)’는 넬슨 페레이라 도스 산토스 감독의 가장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어 말도 할 수 없는 알프레도와 그의 아내는 리우 해변과 가까운 섬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뉴욕에서 온 커플이 이들을 방문하고, 모두 육체적 욕망에서 비롯된 열정과 증오의 감정에 휘말린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