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rld hot issue >美 신용카드發 위기 현실화

미국에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이어 신용카드발(發) 위기가 이미 현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지난 10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캐피털원 등 미국 주요 신용카드업체 17곳의 신용카드 연체 금액을 조사한 결과, 30일 이상 연체율이 지난해 동기보다 26%나 올랐다고 23일 보도했다. 연체 금액으로는 총 173억달러(약 16조27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 지난 21일 현재, 30일 이상 연체한 신용카드 계좌는 지난해 11월보다 2만5716계좌 늘었으며, 올 10~11월 사이에만 6000여계좌가 증가했다고 AP는 분석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카드 빚도 지난 10월 전년 동기보다 18% 늘어난 9억6100만달러에 달한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21일 밝힌 바 있다. 아반타와 GE 머니, HSBC 등 주요 업체의 90일 이상 연체액 규모도 전년 동기에 비해 50%나 늘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연체금액은 5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지난 10월말 현재 ‘디폴트’ 규모도 전년 동기보다 200% 가까이 늘었다. 또 캐피털원이 보유한 총 3000만계좌 중 120만계좌가 연체상태로, 내년 카드빚 상각을 위해 최소 49억달러를 책정해놓은 상태다.

이에따라 가뜩이나 ‘서브 프라임’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는 미국 경제가 내년에는 카드빚 위기까지 겹치면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말 경제전문잡지 포천은 미국 카드 빚이 9150억달러로 급증, 신용카드 위기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향후 2년반 동안 주택대출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가 총 35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최근 전망까지 겹치면서, 내년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로체스터 공대(RIT) 소비자금융센터의 로버트 매닝은 이날 “소비자들은 모기지에 신용카드 빚까지 갚으려고 안간힘을 쓰겠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으므로 내년에 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등은 최근 일시적 세금 삭감과 500억∼750억달러 규모의 비상 정부지출 등을 제안하는 등 ‘서브 프라임’ 사태 진화를 위한 워싱턴 정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대형 모기지업체의 모기지 매입 상한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AP는 이날 “‘서브 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신용 위기’가 신용카드업계로 옮겨붙을 경우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